요즘 홈플러스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기업회생 중인 홈플러스가 지난 5개월 동안 새 주인을 찾으려고 애썼는데, 결국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특히 지난 27일 진행된 공개입찰에는 아예 참여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이쯤 되니 청산, 그러니까 파산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나서서 “홈플러스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며 공공 주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유암코라는 공적 구조조정 회사가 먼저 들어가서 복잡한 빚 문제를 정리하고, 그 다음에 제대로 된 유통 전문 기업이 인수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암코가 뭐길래
유암코는 연합자산관리라는 정식 이름을 가진 곳인데, KB, 신한, 하나 같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6곳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함께 만든 회사다. 쉽게 말해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살리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7조 4000억원 정도 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유암코는 그동안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 2013년에 워크아웃 신청한 세하라는 제지 회사를 인수해서 6년 만에 한국제지에 팔았고, STX엔진이나 케이조선 같은 곳도 정상화시켰다. 최근에는 새마을금고 부실 대출 정리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고, 동성제약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빚이 얼마나 되길래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홈플러스 상황을 보면 좀 복잡하다. 회사를 청산하면 약 3조 7000억원 정도 건질 수 있는데, 계속 운영하면서 팔면 2조 5000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평가다. 보통은 계속 운영하는 게 더 가치가 있어야 회생이 의미가 있는데, 홈플러스는 반대다.
그런데도 법원이 M&A를 허가한 이유는 뭘까. 홈플러스 자산 가치가 6조 8000억원 정도 되고, 무엇보다 직원이 2만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홈플러스 부채는 2조 9000억원 정도인데, 이 중에서 당장 갚아야 하는 돈이 2조 5000억원에서 7000억원 사이다.
왜 아무도 인수 안 하려고 할까
MBK파트너스는 담보 대출 2조원을 받아서 빚을 갚고, 부족한 부분만 현금으로 메우면 실제로 필요한 돈은 1조원도 안 된다고 설명해왔다. 그런데도 아무도 안 사려고 한다.
업계에서는 인수 금액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홈플러스가 가진 채권 이자율이 평균 7~8%나 되는데다, 대형마트 시장 자체가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 게다가 영업 규제도 계속되고, 직원 2만 명을 전부 고용 승계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어 있다.
유암코가 들어가서 이자율을 2~3%대로 낮추고 정책 금융 지원을 받으면 적자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인수 희망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문제는 유암코가 그동안 살린 회사들을 보면 전부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다는 점이다. 핵심이 아닌 자산은 팔고, 인력도 줄이고, 무급 휴직도 시켰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법원이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달아놨다. 2만 명을 그대로 고용하면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김 원내대표는 전문 유통 기업이 인수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쿠팡, GS, 농협 같은 대형 유통 회사들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다들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실제로 이번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공공 주도 구조조정 방안이 나온 이후에도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홈플러스의 미래는
결국 홈플러스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쇼핑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만 명의 인력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는 조건은 어떤 기업에게도 부담스럽다.
6개월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동안 홈플러스의 경영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공공이 나서서 빚 구조를 정리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쉽게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홈플러스가 과연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청산의 길로 갈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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