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고려아연 두고 펼치는 장·최 ‘쩐의 전쟁’

고려아연 지분 전쟁이 한창입니다. MBK파트너스 자금을 등에 업은 영풍 장씨 집안과 고려아연 경영권은 가진 최씨 집안의 싸움인데요. 이 두 집안의 싸움의 이유를 데이터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름다웠던 ‘관계’, 조금씩 기우는데

영풍그룹의 모태는 1949년 11월 창립된 무역회사 영풍기업사입니다. 당시 장병희(1913년생)와 최기호(1909년생)이 공동 창업한 회사예요. 당시 두 사람의 지분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후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진행했던 1960년대 영풍은 국내 1호 비철금속 제련소 사업을 따냈어요. 또,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는 아연 제련소를 짓기 위해 후보를 물색했는데요. 영풍이 고려아연을 만들고 울산 온산에 아연 제련소를 세우는 계기가 됩니다.

당시 영풍은 1억원을 출자해 고려아연 지분 50%를 가져갔으며, 나머지 자본금 반은 외부에서 조달했어요. 초대 사장은 최 창업주가 맡았고요. 장 창업주는 2대 사장을 지냈습니다.

영풍그룹에도 1대 창업주 시대가 저물고 2대가 회사를 물려받는 시기가 왔어요. 이때 분쟁을 막기 위해 장씨 집안은 영풍을, 최씨 집안이 고려아연을 맡기로 합의했어요. 이때도 지분율은 각각 20%대 중반씩으로 공동 경영에 적합한 구조였어요.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영풍그룹 지분율에 변화가 나타났어요. 고려아연을 맡은 최씨 집안 2세 최창걸 명예회장은 신사업을 추진했는데요. 신사업과 투자에 그리 성공하지 못하면서 영풍 지분 약 27%를 장씨 쪽으로 넘깁니다. 이에 장씨 집안은 영풍그룹의 최대주주가 돼요. 그러나 이때까지 ‘영풍은 장씨, 고려아연은 최씨’라는 기존 규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장씨 집안이 영풍그룹에서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핵심 회사인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권은 여전히 최씨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업정신 “이젠 모르겠고”

그러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관계는 가문 3세대로 넘어오면서 더 벌어지게 됩니다. 고려아연을 경영하던 최 회장은 신사업을 적극 추진합니다. 그가 선택한 신사업은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인데요.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돈이 필요하겠죠. 고려아연 차입금이 2018년 3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1조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래프] 고려아연 차입금 추이

고려아연_차입금
(자료: 인리치타임스, 전자공시시스템)

고려아연 차입금 증가는 장씨 집안의 신경을 건드리게 됩니다. 장씨 집안은 ‘무차입 경영’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이에 최씨 집안의 공격적인 투자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어요. 또, 고려아연이 배당을 축소하려고 하자 영풍이 반대하며 갈등이 고조됩니다.

한편, 최씨 집안에서는 장씨 집안의 최근 행보가 경영 간섭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전 동업자 정신을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풀이했죠.

영풍 ‘선방’ 날리다.. 최씨 대응에 쏠린 눈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3.1%인데요. MBK파트너스는 9월 13일부터 10월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어요. 공개매수는 고려아연 지분율 7~14.6%를 목표로 합니다. 또, 고려아연 주식 1.83%(2분기 기준)을 보유 중인 영풍정밀 지분을 매수해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자 합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성공한다면 확보할 수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약 40~49.5%입니다.

최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15.6%입니다. 우호 지분으로 알려진 대기업 지분은 약 18.4%입니다. 즉, 최씨 일가는 우호 지분 포함 고려아연 지분 약 34.0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씨 일가는 영풍과 장씨 일가의 행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진 않았어요.

MBK파트너스가 발표한 공개매수 기간이 10거래일 남은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최씨 일가의 대응 방안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또, 고려아연 시총이 15조원이 넘어가면서 이번 전쟁은 ‘쩐의 전쟁’이 될 것으로 평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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