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뉴스다 오르는데 안 오르면 경영진 문제? 행동주의펀드 움직인다

다 오르는데 안 오르면 경영진 문제? 행동주의펀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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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가 정말 많이 올랐다. 코스피가 연초 대비 71%나 상승했으니 역대급 호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펀드들, 특히 행동주의펀드라고 불리는 곳들의 성적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끈 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들이었다. 반면 행동주의펀드들은 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투자한다. 시장 전체는 크게 올랐지만, 정작 이들이 투자한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셈이다. 실제로 액티브주식펀드의 수익률은 63% 정도로 코스피 상승률을 밑돌았다.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두고 “대다수 펀드가 벤치마크에 비해 부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행동주의펀드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3월 주주총회, 뭔가 달라질 것 같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제안이 더욱 활발해질 거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올해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상법이 개정됐다는 것이다.

올해 7월과 8월에 두 차례 상법이 바뀌면서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됐고, 3% 룰이라는 것도 생겼다. 쉽게 말하면 소액주주들도 힘을 모으면 회사 경영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서 주주가치를 높이자는 원칙이다. 국민연금이 움직이면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다

실제로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이달 중순에 에이플러스에셋과 가비아에 대한 공개매수를 마무리했다. 목표치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두 회사에 대한 지분을 크게 늘렸다. 에이플러스에셋은 기존 4.99%에서 12.14%로, 가비아는 9.03%에서 12.32%로 지분율이 올라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코웨이와 스틱인베스트먼트에도 공개주주서한을 보내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올릴 계획을 발표하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고 한다.

라이프자산운용도 최근 BNK금융지주를 압박하고 나섰다. BNK금융지주가 빈대인 현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하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내년 3월 주총에서 주주들의 표를 모아 이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문제 삼는 건 BNK금융지주의 주가 부진이다. 7대 금융지주 중에서 주가 상승률이 가장 낮고, 주가순자산비율도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이다. 시장 전체가 오르는데 왜 우리만 안 오르냐는 주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VIP자산운용도 롯데렌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근 지분율을 4.95%에서 5.2%로 늘리면서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 주주는 배당 확대나 정관 변경, 이사 선임 같은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VIP자산운용은 앞서 롯데렌탈의 새 대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유상증자에 반대했었다. 이번에 지분을 늘린 뒤에는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면 확보한 자금을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같은 주주가치 제고에 써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행동주의펀드들의 논리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시장 전체가 오르는데 우리 회사만 안 오른다면, 그건 경영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처럼 증시가 크게 상승한 해에 주가가 부진하면 주주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행동주의펀드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물론 행동주의펀드의 모든 요구가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단기 수익에만 초점을 맞춘 요구라면 장기적으로 기업에 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왜 우리 회사 주가가 저평가됐는지 설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건 경영진의 당연한 책임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점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 행동주의펀드가 지분을 늘리고 주주제안을 하는 기업들은 주주환원 정책이 개선되거나 배당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내년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어떤 기업들이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저평가됐지만 실적은 나쁘지 않은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는 기업,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들이 주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나 중소형 가치주 중에서 행동주의펀드가 지분을 확대한 기업들을 주목해볼 만하다. 물론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이 변화하고 주가가 재평가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성숙할 기회

행동주의펀드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경영진이 주주가치를 더 신경 쓰게 되고,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투명성이 높아진다면 결국 한국 자본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무리한 요구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압력을 가하는 건 자본시장의 건강한 모습이다.

2026년 주총 시즌, 행동주의펀드와 기업들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더 커진 만큼, 이번에는 좀 더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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