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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미국 레버리지 ETF에 23조원 쏟아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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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레버리지 ETF 투자가 엄청난 인기다. 얼마나 인기냐면, 전체 투자 금액이 2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형 레버리지 ETF가 15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조원 정도 된다.

이게 어느 정도 규모냐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 전체의 14.2%를 한국인들이 들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외 다른 나라 투자자들 중에서는 압도적인 1위다. 더 놀라운 건 이 금액이 최근 5년 사이에 무려 26배나 늘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ETF가 뭐길래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2배나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나스닥이 오늘 1% 올랐다면, 3배 레버리지 ETF는 3% 오르는 식이다. 물론 반대로 떨어질 때도 3배로 떨어진다. 그래서 수익도 크지만 위험도 그만큼 크다.

한국인들이 특히 많이 투자하는 종목들을 보면 재밌다.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인 TSLL의 경우, 한국인 보유 비중이 44%나 된다. 거의 절반이다. 나스닥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는 한국인 지분이 11.2%고, 반도체 3배 레버리지인 SOXL은 25%가 한국인 돈이다.

미국에 상장된 ETF인데 한국인들이 이렇게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걱정스럽기도 하다.

왜 이렇게 몰리는 걸까

34세 은행원 장씨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그는 포트폴리오의 80% 이상을 나스닥100 3배 레버리지 같은 상품으로 채웠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요새 집값이 뛰고 물가가 오르는 걸 보면 돈이 돈 같지 않고 게임머니 같다”며 “뒤처지지 않으려면 상승장에서 바짝 벌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신문과 오픈서베이가 주식 투자자 8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6%가 노후 대비와 내 집 마련을 위해 이런 고위험 투자를 한다고 답했다.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 주식으로라도 큰 수익을 내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47세 민간연구원 직원 박씨는 최근 1년간 SOXL로 2배 수익을 냈다고 한다. 그는 “근로소득만으로는 계층 이동이 어렵다”며 연간 기대수익률을 50~100%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주식 투자로 연 10~20% 수익만 내도 잘하는 건데, 기대치가 많이 높아진 셈이다.

국내에서는 살 수도 없다

사실 이런 고위험 상품들은 국내에서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3배 레버리지 ETF나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ETF 같은 건 금융당국 규정 때문에 국내에 상장할 수가 없다. 한 종목 비중을 30%로 제한하고 구성 종목도 최소 10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다.

그러니까 이런 상품에 투자하고 싶으면 해외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떻게 보면 국내 규제가 오히려 투자자들을 해외 시장으로 내모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위험성도 만만치 않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해외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개인 손실액이 2020년 이후 매년 약 4000억원에 달한다.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수익도 크지만 손실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서, 올해부터 해외 레버리지 ETF를 신규로 거래하려는 개인투자자는 1시간의 사전 교육을 받아야만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래도 교육 한 시간으로 모든 위험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시적 유행일까, 구조적 변화일까

증권가에서는 이런 현상이 단순히 일시적인 투자 트렌드가 아니라고 본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고물가로 인한 불안감, 그리고 높아진 기대수익률이 맞물린 구조적 변화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과 물가 안정이 해결책이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국내에 대체 상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혁 의원도 “국내 주식 장기 투자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국내 증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투자은행 CLSA는 “높은 부동산 가격과 부의 불평등 때문에 한국인들이 빠른 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정하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 같다.

2020년 동학개미에서 2025년 전투개미로

2020년 코로나 시기에 동학개미 운동이 있었다. 그때는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사서 ‘버티면 오른다’며 장기 투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트레이딩, 우량주보다는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들이 훨씬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런 변화가 좋다 나쁘다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많은 사람들이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감 속에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점점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레버리지 ETF 투자를 하든 안 하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3배 수익도 좋지만, 3배 손실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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