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커뮤니티나 뉴스에서 ‘토지배당법’이라는 단어를 많이 보셨을 것이다. 국회에 입법예고된 이 법안이 생각보다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025년 11월에 입법예고가 났는데, 단 한 달 만에 반대 의견이 1만 2,600건 넘게 접수됐다고 한다.
처음 이 법안 이름만 들었을 때는 ‘전 국민한테 배당을 준다고? 좋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좀 복잡하다.
토지배당법, 대체 뭐길래?
법안의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국에 있는 토지에 연 1%의 토지세를 새로 매기고, 그렇게 모은 세금을 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것이다. 농지랑 공장용지는 제외하고, 집 지은 땅이나 상가 부지, 임야 같은 거의 모든 토지가 대상이다.
언뜻 보면 토지를 가진 사람한테 세금 걷어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토지를 안 가진 사람도 배당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중과세 아니냐는 지적
반대 의견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게 이중과세 문제다. 지금도 토지 가진 사람들은 재산세를 내고 있고, 일정 금액 이상이면 종합부동산세까지 낸다. 그런데 여기에 토지세까지 추가로 내라고 하니 사실상 세금을 두세 번 내는 셈이 되는 것이다.
특히 공시지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연 1%라는 세율은 생각보다 부담이 크다. 10억 원짜리 토지면 1년에 1,000만 원을 토지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기존 재산세까지 더하면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결국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우려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더 큰 문제다. 비아파트 임대인이나 소규모 건물주들은 이미 재산세 부담이 있는데, 여기에 토지세까지 추가되면 그 부담을 어떻게든 회수해야 한다.
임대인연합회 회장은 “그 부담이 결국 임대료로 전가될 수밖에 없고, 결국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월세가 오르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토지를 안 가진 사람들도 배당을 받긴 하겠지만, 오른 월세를 감당하려면 그 배당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도 걱정이 크다
상가 건물을 임대해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다. 건물주가 토지세 부담을 임대료에 반영하면 결국 장사하는 사람들의 고정비용이 늘어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임대료까지 오르면 폐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에서 소규모 건물 하나 갖고 있는 건물주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건물 임대료로 간신히 생활하는데 세금이 더 늘어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렇다고 임대료를 올리자니 세입자가 나가버릴까 봐 걱정이고.
법안 만든 쪽에서는 형평성 제고가 목적이라고 하는데
법안을 발의한 쪽에서는 이게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라 형평성을 높이려는 거라고 설명한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국민 모두에게 돌려주고, 동시에 종합부동산세는 폐지하고 지방세 체계도 개편해서 보유세 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토지 가치 상승으로 생기는 이익을 일부 토지 소유자만 독점하지 말고 모두가 나눠 갖자는 취지니까. 하지만 실제로 법이 시행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한다. 입법예고 기간이 12월 6일에 끝났고, 이제 관계부처 협의랑 법제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반대 의견이 워낙 많이 쏟아진 상황이다.
기존 조세 체계와 충돌하는 문제도 있고, 부동산 업계나 건설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일반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 중심으로 과세를 강화하면 민간 개발이나 임대 공급이 위축되고, 건설이나 부동산, 자영업 전반에 비용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시장을 조절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국민 반발을 산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당장 법이 통과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법안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지 거래를 하려던 사람들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만약 정말로 이 법이 통과된다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물론이고, 소규모 임대사업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도 위축될 수 있고,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은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세금보다는 기존 제도 개선이 낫지 않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건 굳이 새로운 세금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체계가 있는데, 이걸 개선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새 세금을 만들면 기존 체계와 충돌하면서 오히려 조세 체계가 복잡해지고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세금 정책은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이번 토지배당법은 그런 면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이 법안은 어떻게 될까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해서 국민에게 배당한다는 명분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시행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이중과세 논란, 임대료 상승 우려, 자영업자 부담 증가, 부동산 시장 불안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재로서는 관계부처 협의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지만, 압도적인 반대 의견 때문에 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이 법안의 향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당장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려는지 엿볼 수 있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슷한 성격의 법안이나 정책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