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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한국 기업이었다면 이미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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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벤처투자 시장이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투자금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정작 그 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에는 벤처투자 규모가 약 6조원 정도였는데, 2024년에는 12조원으로 두 배가 됐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수도 2700개에서 4700개로 늘어났다. 정부가 벤처 육성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기업 수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매년 65개에서 77개 정도만 코스닥 IPO에 성공한다. 2018년이나 2024년이나 똑같이 70개 수준이다. 공모금액도 매년 2조에서 3조원 사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투자금 회수가 이렇게 어렵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투자금이 6조원이던 시절이나 12조원으로 커진 지금이나 코스닥 문턱을 넘는 기업은 70개로 똑같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M&A나 구주거래 같은 다른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IPO가 거의 유일한 출구인데, 그 문이 좁다 보니 회수를 기다리는 돈이 계속 쌓이고 있다.

실제로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받은 기업 중에서 IPO에 성공하는 비율은 고작 1.5%밖에 안 된다고 한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상장할 필요는 없지만, 중후기 단계 기업들이 늘어나는 걸 생각하면 너무 낮은 수치다.

코스닥의 오래된 문제

코스닥이 생긴 지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놀이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어렵게 상장에 성공해도 장기 투자자들이 없다 보니 주가가 떨어지고,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결국 상장 폐지 위기까지 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 186곳을 조사해봤더니, 절반 가까이인 79곳이 공모가 대비 50%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하려고 유상증자를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경영난에 빠진 곳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상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스타트업들도 주저하게 된다. 상장해봐야 고생만 할 것 같으니까.

테슬라가 한국 기업이었다면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한 말이 정곡을 찌른다. “테슬라가 한국 기업이었다면 이미 도산했고, 투자자들도 망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왜 나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실제로 테슬라는 상장 후 몇 년 동안 계속 적자를 냈다. 하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기다려줬다. 기술력과 비전을 믿고 장기 투자를 한 것이다. 만약 테슬라가 한국 코스닥에 상장했다면 어땠을까. 몇 분기 적자가 나면 주가는 폭락하고, 유상증자는 실패하고, 결국 자금난으로 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벤처 생태계가 위험하다

지금처럼 투자는 늘어나는데 회수가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벤처캐피탈들은 새로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회수한 돈으로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깨지는 것이다.

기술특례 제도만 제대로 작동해도 상황이 나아질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술은 좋지만 당장 실적이 안 나오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제도인데, 정작 상장 후에 제대로 된 지원이 없다.

코스닥 IPO 문턱도 넓혀야 한다. 벤처투자 규모가 두 배로 늘었으면 상장 기회도 그에 맞춰 늘어나야 하는데, 여전히 연간 70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M&A나 세컨더리 시장도 활성화해서 IPO 말고도 다른 회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스닥을 단기 매매 시장이 아니라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시장으로 바꿔야 한다.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소용없다.

벤처 강국이 되려면 투자하고, 회수하고, 다시 투자하는 사이클이 돌아가야 한다. 지금처럼 한쪽만 커지고 다른 쪽은 막혀 있으면 결국 전체 생태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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