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코스피 과열 의견 낸 베스트 애널리스트, 회사와 마찰 끝에 퇴사
- 증권사들, 정부 기조에 맞춰 전망치 조정…해외주식·환율 전망 ‘자체검열’
- 금융당국, 증권사에 달러 수요 일일 보고 요구하며 밀착 감시 중
베스트 애널리스트마저 떠난다
정부의 ‘코스피 5000’ 드라이브가 강화되면서 여의도 증권가에 이례적인 자율성 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스타 애널리스트가 시장 과열 우려를 제기했다가 회사를 떠나는 일까지 발생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가 코스피 전망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퇴사했다. 매년 증권업계 각 분야 최고 연구원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던 인물이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판단에 조정 의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회사와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며 “증시가 오르는 상황에서 부정적 의견이 회사에 부담이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전망치는 위에서 정해줘”
증권가 내부에서는 리서치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러 연구원들이 익명을 전제로 비슷한 증언을 내놓고 있다.
한 연구원은 “코스피 예상 밴드는 위에서 정해주고 거기에 맞춰서 보고서를 쓰고 있다”며 “정부의 기조나 정책들이 전망치에 많이 반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리서치 보고서가 시장 분석이 아닌 정책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고백이다.
특히 해외주식에 대한 긍정적 평가나 원·달러 환율 상승 전망은 ‘금기’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를 지목하면서 관련 리서치가 사실상 통제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한 해외주식 담당 연구원은 “해외주식 유관부서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프로모션 자제’에 대한 전화를 계속 받고 있다”며 “지속적인 압박에 대부분의 프로모션을 중단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밀착 감시…매일 달러 수요 보고 요구
금융당국의 증권사 관리·감독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매일 증권사 외환(FX) 전담 부서로부터 밤사이 발생한 달러 수요를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달러 수요가 발생한 경우 구체적으로 해당 주체와 사유까지 확인하고 있다. 사실상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며 해외투자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가고 있으니 해야 할 말을 못 한다”며 “특히 해외주식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나 환율 관련 어떠한 전망도 내기가 조심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해외주식 마케팅 중단, 국내 증시로 ‘올인’
증권사들의 영업 전략도 180도 바뀌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연초부터 해외주식 마케팅 활동을 대부분 중단하고 국내 증시 투자 판촉에 집중하고 있다.
신규 고객들에게 투자 지원금이나 수수료 우대 혜택을 제공하며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환율 1350원 전망의 ‘비밀’…보수적 계산의 이면
환율 전망은 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최근 한 그룹사가 신년 간담회에서 올해 연간 환율 평균 전망치를 1350원으로 제시해 참석자들을 당혹케 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8.1원에 마감했고, 증권사와 시중은행들은 올해 연간 환율 예상 밴드를 1350~1500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회사는 범위의 최하단으로 실적을 계산한 것이다.
환율을 낮게 설정하면 수출기업의 예상 실적이 낮아진다. 그럼에도 보수적 전망치를 채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애널리스트는 “회사 측에서 환율 레벨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고 시인했다”며 “환율을 높게 전망하는 경우 그 자체로 시장에 또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신뢰 vs 정부 정책…증권가의 딜레마
증권사 리서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독립성과 객관성이다. 투자자들은 정확한 시장 분석을 기대하며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참고한다.
그러나 현재 증권가는 시장 분석보다 정부 정책 순응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당국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리서치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시장의 현실 사이에서 증권사들이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코스피 5000’ 목표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증권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이는 자본시장의 건강성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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