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만 보면 코스피가 4100을 넘었다, 주식시장이 좋다는 이야기뿐이다. 그런데 정작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힘들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돈을 버는 건지 궁금했는데, 최근 NH투자증권에서 고객 240만명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4월 30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중 54.6%가 손실 상태였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균 손실액이 931만원
손실을 본 투자자는 총 131만2296명이었고, 이들의 손실 금액을 합치면 무려 12조2154억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931만원의 손실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손실 금액대를 보면 더 놀랍다. 1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소액 손실을 본 사람이 가장 많긴 했지만, 1000만원 이상 손실을 본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5000만원 이상 손실을 본 투자자도 5만3405명이나 됐다.
지수는 계속 오르는데 내 계좌는 왜 빨간색일까.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괴리감이 숫자로 증명된 셈이다.
40대 50대가 제일 투자를 못한다
연령대별로 보면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50대는 60.1%가 손실 상태였고, 40대도 59.7%가 손실을 보고 있었다. 10명 중 6명이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중년층이 투자에서 가장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젊을수록 손실 비율이 낮았다. 미성년자는 33.9%만 손실이었고, 20대도 44.3%였다. 30대는 52.1%로 딱 절반 정도였다.
손실 금액으로 보면 60대 이상이 평균 1369만원으로 가장 컸고, 50대가 1257만원, 40대가 929만원이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투자 원금도 크고 손실액도 컸다.
젊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투자 금액이 적어서 과감하게 손절할 수 있었거나, SNS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대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투자금이 클수록 손실도 크다
투자 금액대별로도 분석이 나왔다. 3억원 이상 투자한 사람들의 손실 비율이 62.0%로 가장 높았고, 1억원에서 3억원 사이 투자자도 57.9%가 손실이었다. 나머지 금액대도 모두 50%대였다.
큰돈을 투자한 사람일수록 손실 비율이 높다는 건 의외다. 자금력이 있으면 투자도 잘할 것 같은데, 오히려 반대였던 것이다. 아마도 큰 금액을 투자한 만큼 손절을 결정하기가 더 어렵고, 손실이 커져도 회복을 기대하며 버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손실 계좌를 열어보니 카카오가 있더라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유한 종목도 분석됐다. 손실 금액 비중이 가장 큰 종목은 포스코홀딩스였다. 전체 손실 금액의 2.7%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카카오였다. 손실 금액 비중은 2.2%였는데, 보유한 투자자 수로는 15만4021명으로 압도적 1위였다. 손실 상태인 투자자 131만명 중 8.5%가 카카오를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카카오는 2021년에 16만원대까지 올랐던 주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6만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고점 대비 60% 넘게 빠진 상태다. 당시 높은 가격에 샀던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팔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금양,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신라젠, 엔켐 같은 종목들이 손실 비중이 높았다.
2차전지주에 물린 사람들
특히 눈에 띄는 건 2차전지 관련 주식이다. 에코프로비엠을 보유한 손실 투자자가 5만6605명, 에코프로가 5만595명, 포스코홀딩스가 7만751명이었다.
2023년에 2차전지주가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걸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같은 종목들이 대장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급등했었다. 그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지금까지 손실 상태로 주식을 들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종목들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원금 회복을 기대하며 장기 보유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손실일까
코스피 지수는 분명히 올랐는데, 왜 이렇게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을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고점 추격 매수 문제가 크다. 어떤 주식이 화제가 되고 주가가 급등하면, 그때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 사면 높은 가격에 매수하게 되고, 그 이후 조정을 받으면 손실이 난다.
둘째는 손절을 못하는 심리다. 주식을 사서 손실이 나면 팔기가 쉽지 않다. 손실을 확정하고 싶지 않고, 언젠가는 오를 거라는 기대를 한다. 그래서 계속 들고 있다가 손실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분산투자 실패다. 특정 테마나 몇 개 종목에만 집중 투자하면, 그 종목이나 테마가 무너질 때 타격이 크다. 카카오나 2차전지주에 집중 투자한 사람들이 많이 당한 것도 이런 이유다.
마지막으로 지수와 개별 종목의 차이다. 코스피 지수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주식이 오르면 지수는 오르지만, 중소형주나 테마주는 오히려 빠질 수 있다.
성공 투자를 위한 몇 가지 조언
이런 손실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늘 하는 조언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첫째, 고점에서 추격 매수하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주식, 이미 많이 오른 주식은 조심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게 낫다.
둘째, 손절 기준을 정해두고 지켜야 한다. 매수할 때 미리 손절가를 정해두고, 그 가격에 도달하면 과감하게 팔아야 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셋째,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한두 개 종목이나 하나의 테마에 올인하면 위험하다. 여러 섹터, 여러 종목에 나눠서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넷째, 버티기와 장기투자는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을 장기 보유하는 건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테마주나 급등주를 고점에서 사서 손실 나는데 무작정 버티는 건 장기투자가 아니라 그냥 손실을 방치하는 것이다.
다섯째, 남들이 번다고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SNS나 뉴스를 보면 누구는 몇천만원 벌었다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고,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손실이라는 게 오늘 본 통계로 증명됐다.
지수 상승이 곧 내 수익은 아니다
코스피가 4100을 넘어서며 역사적인 고점을 기록했다. 뉴스에서는 한국 증시의 호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240만명을 분석한 결과는 다른 현실을 보여줬다.
시장 전체가 오른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가 수익을 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절반 이상이 손실 상태였다. 특히 카카오나 2차전지주 같은 과거 테마주에 물린 투자자들이 많았다.
주식투자는 쉽지 않다. 지수만 보고 뛰어들면 안 된다. 내가 무엇을 사는지, 왜 사는지, 언제 팔 것인지를 미리 정하고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손실이 나면 인정하고 정리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남들이 벌고 있다는 소리에 조급해서 아무거나 사는 건 가장 위험하다. 오늘 본 통계가 그걸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 손실 상태라면, 내가 왜 이 주식을 들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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