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면서 주식 시장이 정말 뜨겁다. 그런데 이 상승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보인다. 바로 삼성, SK, 현대차, LG, HD현대 같은 대형 그룹들이 시장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더스인덱스가 1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무려 82.4%나 증가했다. 1월에 1661조 원이었던 게 11월에는 3030조 원이 됐다. 같은 기간 전체 증시는 71.5% 올랐으니까, 대기업들이 시장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 셈이다.

5대 그룹의 시총 비중이 52%를 넘었다

더 놀라운 건 상위 5개 그룹만 봤을 때다. 이들이 차지하는 시장 비중이 연초 45.9%에서 52.2%로 올라갔다. 이제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절반 이상을 5개 그룹이 차지하고 있는 거다.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 주가가 엄청나게 오르면서 한때는 이 두 그룹만으로도 시장의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17개 상장사를 합쳐서 503조 원에서 943조 원으로 87.3% 올랐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8%에서 23.8%로 커졌다. 그런데 진짜 주목할 만한 건 SK그룹이다. SK는 200조 원에서 572조 원으로 무려 185.7%나 폭등했다. 시장 비중도 8.7%에서 14.4%로 뛰어올랐다. SK하이닉스가 HBM이니 AI 반도체니 하면서 엄청난 수혜를 받은 결과다.

현대차와 LG는 서로 순위를 바꿨다. 현대차가 3위로 올라섰고 LG가 4위로 내려갔다. HD현대는 5위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그룹과 효성그룹의 깜짝 상승

5대 그룹 밖에서도 눈에 띄는 움직임들이 있다. 두산그룹은 올해 정말 대박이 났다. 26조 원에서 90조 원으로 243.6%나 올라서 12위에서 7위로 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랑 지주사 두산의 주가가 엄청 올랐기 때문이다.

효성그룹도 마찬가지다. 7조 원대였던 게 27조 원으로 275.4% 증가하면서 29위에서 15위로 무려 14계단이나 올라갔다. 10위권 밖에서는 가장 큰 폭으로 순위가 오른 케이스다.

반면 주춤한 그룹들도 있다. HL그룹은 시총이 오히려 6.5% 줄면서 46위에서 56위로 떨어졌다. 크래프톤도 15조 원대에서 13조 원대로 내려갔고, 태영그룹은 1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반도체가 이끄는 상승장

이번 상승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반도체 장세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이끌면서 이들이 속한 그룹의 덩치가 커진 거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황이 좋아지면서 관련 주식들이 줄줄이 올랐다.

문제는 이런 대형주 쏠림 현상이 계속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5개 그룹이 차지한다는 건 그만큼 소수의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좋게 보면 안정적이지만, 나쁘게 보면 중소형주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주가 오르니까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쏠림이 심해지면 나중에 조정이 올 때 충격도 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형주만 보지 말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정말 많이 올랐다. 하지만 그 상승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대형 그룹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건 좋은데, 중소형주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장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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