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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3800 돌파, 이번엔 버블일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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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뜨겁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거 버블 아냐?’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60% 가까이 올랐다. 3500선을 넘더니 3600, 3700을 거쳐 3800선까지 돌파했다. 이 정도 속도로 오르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1999년 닷컴버블 때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더 조심스럽다. 당시 코스피는 82%나 올랐지만, 다음해인 2000년에 50%나 폭락했다. 올해 상승률이 1998년 기록을 넘어 1999년 수준을 추격하고 있으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여러 지표들이 경고음을 내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가 만든 ‘실러지수’는 40.21을 기록했는데, 이건 닷컴버블 이후 최고치다. ‘버핏지수’라고 불리는 지표도 한국이 125%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보통 100%를 넘으면 고평가로 보는데, 미국은 아예 220%를 넘어섰다.

그런데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대부분 “버블 아니다”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신한투자증권 윤창용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개선과 산업 구조 변화에 기반한 상승”이라고 설명한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좀 비싸 보일 수 있지만, 코스피 전체의 PER이 12배도 안 된다는 것이다. 과열이라고 보기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과거 버블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적’이 뒷받침된다는 점이다. 1999년 닷컴버블 때는 제대로 된 수익 모델도 없는 회사들이 인터넷 관련주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투자전략팀장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같은 AI 대표주들이 설비투자와 잉여현금흐름을 모두 늘리고 있다”고 말한다. 닷컴버블 때처럼 주식 발행하거나 빚내서 돈 끌어모으는 게 아니라, 자기가 번 돈으로 투자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스증권 이영곤 리서치센터장도 “AI 산업은 미래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익을 내면서 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라고 강조한다.

미국과 한국 상황도 좀 다르다. 미국은 AI 기술주들이 너무 과도하게 기대를 받고 있어서 버블 논란이 있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실제 수요를 바탕으로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FICC리서치부 부장은 “미국은 AI 시장의 잠재 성장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이 반영됐지만, 한국 반도체는 전방 기업과 정부, 기관들의 실질적인 인프라 투자가 근거”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D램 가격이 오르고 있고, 반도체와 전력기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리서치본부장은 밸류에이션 측면을 짚었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이 11.3배인데, 2020년 코로나19 때 유동성 장세에서는 14.6배까지 올랐던 적이 있다. 그때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내년 전망은 어떨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강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NH투자증권 조수홍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상승은 돈이 넘쳐서 억지로 오른 게 아니라, 구조적 변화가 이끄는 상승”이라고 말한다. 시간 효율성이 높고 기술집약적인 산업이 초과 수익을 내면서, 전통 제조업이나 내수 업종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생산성 장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 센터장은 “AI 관련주가 실적보다 뉴스에 반응하면서 조정 없이 계속 오르는 걸 보면 버블 장세 초입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AI 하드웨어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버블이 터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종우 센터장은 “실적 개선과 세제 개편이 주식시장 투자매력을 높이면서, 다른 자산에서 주식으로 돈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AI 투자 관련 버블론이 제기되는 만큼, 이 부분의 추이는 내년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다. 지금 상황은 과거 닷컴버블처럼 허공에 떠 있는 기대감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실제 실적과 산업 구조 변화를 바탕으로 오르고 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좀 비싸 보일 수 있어도, 내년까지는 강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투자자들은 무조건 낙관할 게 아니라,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꼼꼼히 체크하고 미국 AI 투자 동향도 살펴봐야 한다. 밸류에이션 지표들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는지도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버블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실적에 기반한 상승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중하되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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