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메카코리아 이어 시총 상위권 기업들 줄줄이 이전상장 검토
전문가들 “코스닥 2부 리그 전락 우려…시장 차별화 필요”
코스닥 시장의 대형주들이 앞다투어 코스피 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추진하면서 코스닥 시장이 ‘2부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닥 대형주들의 ‘코스피 이주’ 본격화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메카코리아가 지난달 말 코스닥에서 코스피로의 이전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코스메카코리아는 3일 연속 6% 상승했으며, 이후에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주목받는 것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알테오젠의 움직임이다. 알테오젠의 2대 주주인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상장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형 대표는 “코스닥에서는 더 이상 알테오젠과 실적을 비교할 만한 비교 대상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다양한 큰 규모의 패시브 자금의 알테오젠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알테오젠은 지난 7~8일 이틀간 11.58% 급등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은 분기당 로열티 수익으로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영업이익률은 분기당 50%를 초과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며 코스피 시장 이전 시 시가총액이 3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 시총 2위인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하반기 코스피 이전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말 예비 심사를 청구했으나 올해 2월 심사를 철회한 바 있다.
코스피 이전의 유인과 현실적 한계

기업들이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약 30조원에 달하는 코스피200 추종 자금이 자동 유입되고,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진다.
또한 현재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공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23년 만에 코스피로 이전한 나이스평가정보는 코스닥150에서 제외되면서 공매도 대상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전상장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기업 6곳 중 5개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다.
2024년 이전상장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포스코DX는 이전상장 이후 5거래일 연속 떨어져 총 16.06% 하락했고, 엘앤에프는 사흘간 9.97% 내린 후 현재 주가가 이전상장 당시의 3분의 1 수준인 5만 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도 이전상장 이후 34.52%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반면 성공 사례도 있다. 2010년 이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13개 기업 중 LG유플러스(171%), 네이버(1207%), 키움증권(176%), 카카오(846%), 포스코케미칼(271%) 등은 코스피200 지수 편입 후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냈다.
나스닥 성공 모델과 한국의 과제
미국에서는 나스닥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대등한 시장으로 성장한 사례가 주목받는다. 1971년 설립된 나스닥은 전자거래시스템 도입과 기술 기업 특화 전략을 통해 2025년 기준 시가총액에서 NYSE를 제치고 세계 1위 증권거래소가 됐다.
나스닥의 성공 요인은 △상장 기준 완화를 통한 성장 기업 유치 △전자거래를 통한 비용 절감 △기술 기업 특화를 통한 차별화 등으로 분석된다. 특히 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전하는 기업들도 있어 단순한 위계질서가 아닌 특성화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코스닥 시장 위축 우려 확산

코스닥 대형주들의 잇따른 이탈로 시장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알테오젠과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 비중은 9일 기준 각각 5.52%, 2.4%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시총 10위 밖 기업들의 비중은 1%를 밑돈다.
한국거래소가 2022년 11월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출범시킨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도 타격을 받았다. 출범 당시 51개 기업이 편입됐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 포스코DX, 엘앤에프 등이 잇따라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47개로 줄어들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스닥 상장기업의 계속되는 이전상장은 코스닥시장의 투자자 기반과 상장기업 기반을 위축시키고 국내 모험자본 순환 체계의 핵심 인프라로서 위상과 기능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시장 차별화가 해법”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독자적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스닥이 미국 나스닥을 벤치마킹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코스피는 1부 리그, 코스닥은 2부 리그에 그치고 있다”며 “코스닥시장의 경우 전문 IT기업, 바이오기업 등에 대해서 상장에 혜택을 주는 등 문턱을 낮추고, 시장 자체를 차별화해야 코스피로 넘어갈 유인이 없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주주들의 요구로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검토하고 기관투자자 유입을 기대했지만, 결론적으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코스닥 시장의 이미지 개선과 함께 정책과 제도적 혜택이 뒷받침된다면 코스닥 시장에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많은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월 취임 당시 “코스피, 코스닥 등 각 시장별 정체성을 확립해 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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