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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살리기’ 드디어 본격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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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4000을 넘어서면서 유가증권시장은 요즘 제법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6개월 동안 유가증권시장이 거의 50% 가까이 오를 때 코스닥은 20%대 상승에 그쳤다. 이 격차가 계속 벌어지자 정부가 드디어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들고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번엔 정말 코스닥을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7년 만에 나온 종합대책이라고 하니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부실기업은 빠르게 내보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손본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상장폐지가 겨우 15건이었는데, 올해만 벌써 38건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이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부실한 기업을 바로 퇴출시킬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장유지 조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코스닥시장 상승률이 낮은 이유가 부실기업과 주가조작 때문이라고 직접 지적했다. 종목 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한다고 한다. 한 번 걸리면 바로 퇴출이다. 불공정거래 처벌 수위를 높이고 ‘주가조작 근절 대응단’을 상설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상장 문턱은 오히려 낮춘다. 유망한 기업은 더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하되, 들어온 후에 제대로 못하면 빠르게 나가게 만드는 구조다. 많이 낳고 많이 죽는다는 뜻의 ‘다산다사’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금 혜택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코스닥벤처펀드에 투자하면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한도를 대폭 늘린다. 지금은 최대 3000만원 투자하면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걸 5000만원 투자에 500만원 공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코스닥 공모주를 코스닥벤처펀드에 우선 배정하는 비율도 25%에서 30% 이상으로 높인다. 펀드 가입자들이 공모주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니 펀드 수익률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상장 기업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한결 수월해진다.

국민성장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같은 곳에도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코스닥 투자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투자하고, 회수하고,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연기금이 코스닥에 들어온다

코스닥시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개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전체 거래의 80%가 개인투자자다. 기관투자자는 고작 4.6%밖에 안 된다. 그러니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현재 3%대에서 5% 안팎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연기금 성과 평가 기준을 바꾼다. 지금은 코스피지수만 반영하는데, 앞으로는 코스닥 투자 성과도 평가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연기금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장기 투자자다. 이런 큰손들이 코스닥에 들어오면 시장이 한결 안정될 수 있다. 개인들의 단타 위주 거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코스닥시장의 회전율을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3배가 넘는다. 1년에 주식을 4번 넘게 사고판다는 뜻이다. 유가증권시장은 1.26회인 걸 생각하면 얼마나 단기 매매가 많은지 알 수 있다.

150조원짜리 국민성장펀드가 움직인다

금융위는 이날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운용 계획도 공개했다. 1차 메가프로젝트 후보로 7건을 선정했다고 한다. K엔비디아 육성, 국가 AI 컴퓨팅센터, 전남 해상 풍력, 울산 전고체 배터리 공장, 충북 전력반도체 공장, 평택 AI 반도체 파운드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프로젝트들이다.

앞으로 5년간 AI, 반도체, 바이오 같은 첨단전략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인데, 이 중 상당액이 중소 기술기업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기업 중에서 이런 첨단산업 관련 회사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성장펀드가 투자한 기업에는 다른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코스닥본부의 독립성을 높인다

코스닥본부가 한국거래소 안에서 하나의 본부로만 운영되다 보니 ‘모험자본 시장’이라는 정체성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원래 코스닥은 미국 나스닥을 벤치마킹해서 우량 기술기업을 유치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건데, 지금은 그런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스닥본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높여서 자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내년이면 코스닥 출범 30주년이 되는데, 이참에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허가를 받은 증권사들이 내년부터 코스닥 상장사에 본격적으로 투자한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종합투자계좌 사업자로 지정받았고, 키움증권도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받았다.

이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이렇게 끌어온 돈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한다. 내년에는 10%, 2027년에는 20%, 2028년에는 25%까지 의무 투자 비율이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투입되는 자금이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 중 벤처나 중소·중견기업에 상당한 자금이 흘러들어올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끌어들인다

코스닥에 외국인 투자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영문공시 의무 대상을 대폭 확대한다. 지금은 자산 10조원 이상에 외국인 지분율 5%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만 의무 대상인데, 앞으로는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범위를 넓힌다.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라는 행사도 새로 만든다. 국내 자본시장 정책과 주요 이슈를 집중적으로 알리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비상장 기업 지원도 강화한다

상장하기 전 단계의 기업들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토큰증권 제도화에 대비해서 블록체인 기반 증권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액공모 한도도 현행 10억원에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벤처나 중소기업과 투자업계를 연결하는 투자정보 플랫폼도 만든다고 한다. 비상장주식 전자등록기관을 다양화해서 자본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결국 상장 전부터 상장 후까지 전 단계에 걸쳐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투자자 신뢰를 회복한다

근본적으로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내부자 단기매매로 얻은 차익은 의무적으로 반환하게 하고, 임원의 중요한 전과 내역은 공시를 강화한다. 과징금도 현실화해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다.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관 수요의 질을 높이고 주관사 책임도 강화한다. 상장 과정에서부터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시장 구조를 재편한다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춰서 시장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코넥스는 벤처와 중소기업 위주로, 코스닥은 성장하는 중견기업 중심으로, 유가증권시장은 우량 대기업 중심으로 각각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코넥스든 코스닥이든 유가증권시장이든 특별히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각 시장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 투자자들도 자기 성향에 맞는 시장을 선택하기 쉬워진다.

천스닥을 향해 간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건 이른바 ‘천스닥’, 즉 코스닥지수 1000이다. 지금 코스닥지수가 700대에 머물러 있으니 40% 정도 더 올라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단순한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부실기업 퇴출, 세제 혜택 확대, 연기금 투자 유도라는 세 가지 축이 제대로 작동하면 코스닥시장도 충분히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내일부터 코스닥지수가 쑥쑥 올라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개인들의 단타 놀이터가 아니라 진짜 혁신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게 보인다.

코스닥 투자자라면 당장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정부가 밀어주는 첨단산업 분야, 특히 AI나 반도체, 이차전지 관련 중소기업들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세제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코스닥벤처펀드에 투자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절세 효과와 투자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도 높아지니까 펀드를 통한 투자도 한번쯤 고려해볼 만하다.

중요한 건 인내심이다. 코스닥시장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겠지만,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분명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이 코스닥 출범 30주년이자 재도약의 원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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