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달러 환율이 1460원에서 1470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쉽게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급되는 배당금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배당금, 절반 이상이 해외로
지난 11월 19일 삼성전자가 3분기 배당금으로 2조 4553억원을 지급했다. 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9억 2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3500억원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그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5원이나 오른 1469.5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받은 배당금은 결국 달러로 바꿔서 본국으로 송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달러를 사야 하니까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그만큼 원화 가치는 떨어지면서 환율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주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이 생각보다 많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보면 외국인 지분 비율이 상당하다. KB금융은 75.81%가 외국인 지분이고, SK하이닉스는 53.39%, 삼성전자도 52.27%에 달한다. 현대차는 35.51%,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3.88% 정도다.
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동안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받아간 배당금이 9조 7951억원이었다. 전체 배당금 32조 2956억원 중에서 30.3%를 차지하는 규모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67억 달러 정도 된다.
정부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고 기업들도 배당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외국인들이 받아가는 배당금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오른 건 비단 배당금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들어서 원달러 환율은 한미 관세협상을 전후로 급격하게 올랐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을 때는 1363.5원이었는데,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된 10월 29일에는 1427.5원까지 올라갔고, 11월 들어서는 1460원에서 1470원대를 오가고 있다. 관세협상 타결 조건으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약속되면서 미국으로 달러가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그냥 보유하는 경우도 늘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업들의 외화예금 월평균 잔액이 918억 8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는 것이다.
개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도 한몫했다. 외환당국 집계에 따르면 11월 2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가 288억 달러로, 작년 전체 순매수액 101억 달러보다 2.8배나 많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내국인 해외 주식 투자가 유행처럼 커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일본의 엔저 현상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들어선 이후 엔화가 지난달 달러 대비 3.6%나 떨어졌는데, 이는 파운드화나 유로화보다 더 큰 폭이다. 일본의 재정확장 정책 기대감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해지면서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올라서 1500원대를 넘어서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수입 가격이 오르고 원화 자산 가치는 줄어들면서 수출 대기업은 물론이고 건설업계 등 산업 전반에 타격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의뢰한 분석 결과를 보면, 환율이 1500원을 넘을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가 2023년 대비 6.58% 늘어난다고 한다. 건설업은 3.34%, 서비스업은 2.29%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상 달러 가치가 오르면 제품 생산 비용이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고 거시경제 환경이 개선되면 내년부터는 환율이 천천히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NG은행의 강민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2월에 금리를 내리고 반도체 사이클이 수출을 견인하면서 거시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2026년에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까지 고려하면 원화 가치가 완만하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당분간은 높은 환율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금리 정책과 국내 수출 회복세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배당금 지급은 이런 환율 상승 압력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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