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침체되어 있는데 중국은 정반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건강과 레저 산업을 밀어주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공 사례는 단연 코오롱스포츠다. 2017년 중국 스포츠 의류 업체인 안타그룹과 손잡고 중국 시장에 들어갔는데, 그 결과가 정말 놀랍다. 2021년에 703억원이었던 중국 매출이 지난해에는 무려 5,032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만 봐도 전년 대비 93%나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넘길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안타그룹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더 흥미롭다. 코오롱스포츠가 포함된 부문의 상반기 매출이 74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조 5천억원 정도인데 전년 대비 61%나 늘었다. 안타그룹도 “코오롱스포츠가 그룹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코오롱스포츠가 중국에서 이렇게 잘나가는 이유가 재미있다. 일단 중국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데 성공했다. 가격도 국내보다 더 비싸게 받는다. 그런데 더 특별한 건 브랜드 로고 때문이다. 코오롱스포츠의 상징인 ‘상록수 로고’가 중국인들에게 행운을 상징한다고 인식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 36KR의 보도를 보면 “코오롱 스포츠 로고가 여섯 개의 위쪽 화살표를 닮았다. 이는 끊임없는 발전을 상징한다”며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가 로고가 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브랜드 로고 하나로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코오롱FnC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캠핑 용품으로 유명한 헬리녹스의 의류 사업권을 따냈다. 이번 달 안에 ‘헬리녹스 웨어’를 공개하고 팝업스토어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코오롱FnC가 헬리녹스 용품의 중국 유통을 담당하고 있어서, 의류도 중국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K2코리아의 아이더도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0일 상하이 글로벌 하버 쇼핑몰에 매장을 열고 중국 진출을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길림성 차이푸 쇼핑센터에 2호점을 오픈한다. 현지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서 중국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아이더는 원래 프랑스 브랜드였다. K2코리아가 2006년부터 국내 사업을 시작했고, 2020년에는 전 세계 상표권까지 인수하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유럽과 대만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중국 현지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맞는 전략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MLB를 1조원대 브랜드로 키운 F&F도 빠질 수 없다. 지난해 7월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가진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중국, 일본, 동남아 진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9월 기준으로 중국에 1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6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 가을부터는 패딩과 바람막이 같은 현지화된 제품을 출시하면서 매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운영하는 더네이처홀딩스도 덴마크 기업 베스트셀러사와 중국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스노우피크 어패럴을 전개하는 감성코퍼레이션은 중국 골프웨어 업체 비인러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브랜드가 동시에 중국으로 가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시장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개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서 전년보다 성장한 곳은 노스페이스, 스노우피크, 아크테릭스 정도밖에 없었다. 그나마 연 매출 5천억원이 넘은 브랜드는 1조 1천억원을 기록한 노스페이스가 유일했다.
겨울이 짧아진 것도 타격이 컸다. 이상 기온으로 패딩 같은 방한용품 판매가 주춤해졌다. 아웃도어 업계는 연간 매출의 40~50%를 겨울에 벌어들이는데, 이 부분이 흔들리니까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작년 겨울 추위가 늦어지면서 재고 부담이 커진 업체가 많다. 올겨울에는 신상품 판매보다 재고 처리에 주력하는 업체도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중국 아웃도어 시장은 지금 개화기라고 할 수 있다. 성장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중국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 규모가 2022년 1,971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9조 5천억원에서 2025년에는 2,410억 위안, 약 48조 3천억원으로 커질 거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스포츠 산업 규모를 2030년까지 계속 확대한다는 계획이어서 아웃도어 산업도 덩달아 성장할 전망이다. 유로모니터는 아웃도어를 포함한 중국 스포츠 의류 매출이 2029년에는 5,423억 위안, 약 108조 7천억원에 달할 거라고 내다봤다.
결국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에게 중국은 새로운 기회의 땅인 셈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기후 변화로 계절 상품 판매까지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코오롱스포츠의 성공 사례가 다른 브랜드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그리고 코오롱스포츠처럼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접근하는 브랜드가 또 나올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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