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규모 IPO, 성공적 데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업 CATL(닝더스다이)이 20일 홍콩 증시에 상장해 첫날부터 공모가 대비 약 17% 상승하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CATL의 주가는 이날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장 초반 공모가인 263홍콩달러(약 4만6800원)보다 12.5% 높은 296홍콩달러에 거래됐으며, 오후에는 공모가 대비 약 17% 상승한 307.6홍콩달러까지 올랐다.

이번 상장으로 CATL은 당초 목표였던 4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46억 달러(약 6조3천51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초과 배정 옵션(그린슈)을 활용하면 조달 자금은 최대 53억 달러(약 7조3천797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이번 CATL의 홍콩 상장 규모는 올해 전 세계 IPO 중 최대 규모로, 이전 최대였던 일본 JX어드밴스드메탈즈(29억8천만 달러)를 크게 앞섰다.

미중 갈등 속 이루어진 성공적 상장

주목할 점은 이번 상장이 미중 간 경제 갈등과 미국의 규제 강화라는 악재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올해 초 CATL을 ‘중국군 지원 기업’으로 지정했으며, 미 의회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에게 CATL IPO 업무에서 철수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에 CATL은 미국 내 투자자에게 판매를 제한하고, 특정 미국 규제에 대한 보조 의무를 면제받는 ‘레그 S 오퍼링’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IPO가 성공한 배경에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CATL의 시장 지배력을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CATL 쩡위췬 회장은 “이번 상장은 CATL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 더 깊게 통합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세계적인 탄소 제로 경제를 추진해가는 우리의 임무에 새로운 이정표”라고 밝혔다.

한국 2차전지 업계에 미치는 영향

CATL의 성공적인 홍콩 상장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쟁 심화와 도전 요인

CATL은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약 3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이는 2위 BYD(17%)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특히 최근 CATL이 한국 법인까지 설립하며 직접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가격 경쟁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고부가 프리미엄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보급형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CATL이 강점을 갖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의 격차

금융 분석가들은 한국 2차전지 기업들과 CATL의 주요 차이점으로 수익성을 꼽는다. CATL은 영업현금흐름의 약 65%를 투자하고 35%는 주주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영업현금흐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필요한 투자를 위해 차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여의도의 한 투자 전문가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대체로 5% 내외인 반면, CATL은 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 속 기회 요인

그러나 CATL의 성장이 반드시 한국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전 세계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있어, 한국 기업들도 절대적인 매출 규모를 키울 기회가 존재한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을 대체할 대안으로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정책이 한국 기업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

한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CATL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혁신과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그리고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SK온 역시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세 기업 모두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CATL의 한국 진출이 국내 배터리 산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압박을 피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혁신과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그리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전망

증권사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존슨 완은 “CATL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7배 수준”이라며, “향후 50%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CATL은 이번 IPO로 조달한 자금의 90%를 헝가리 공장 건설에 투입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5분 충전에 520km, 완전 충전 시 1,500km 주행 가능한 혁신적인 신형 배터리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결국 CATL의 성공적인 홍콩 증시 상장은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으며, 향후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사항: CATL은?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imited·닝더스다이·寧德時代)은 2011년 설립된 중국의 배터리 제조기업이다. CATL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설립자이자 현 회장은 쩡위췬이다. 2018년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됐으며, 2025년 5월 홍콩 증시에 추가 상장했다.

주요 사업 영역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다. 테슬라, 폴크스바겐, BMW,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약 38%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2024년 기준). 주력 제품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ATL은 최근 5분 충전으로 520km, 완충 시 1,500km 주행 가능한 ‘셴싱(神行)’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회사는 중국 외에도 독일, 헝가리 등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확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시가총액은 약 1500억 달러(약 22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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