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전문의가 주식으로 4억 원 잃었다
-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몰렸던 정신과 의사
- 본인의 실패가 최고의 자산이 됐다
초심자의 행운이 부른 비극
2011년, 갓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정신과 의사 박종석은 삼성전자 주식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 당시 출시된 갤럭시 S2의 혁신성에서 강한 확신을 얻었고, 그 직관은 적중했다. 단 5개월 만에 80%의 수익, 약 2,400만 원을 손에 쥐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돈이 더 있었다면 더 벌었을 텐데.” 성공의 달콤함은 곧 탐욕으로 변했다. 박 원장은 마이너스 통장 3,000만 원을 포함해 총 8,500만 원을 SK이노베이션 단일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 이른바 ‘올인’이었다.
매수 이틀 뒤, 김정일 사망 소식이 시장을 흔들었다. 주가는 폭락했고, 2013년에는 회장 구속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졌다. 결과는 -65%, 약 6,000만 원의 손실. 박 원장은 처음으로 주식을 손절하고 시장을 떠났다.
중독의 전형적인 패턴
한 번 맛본 손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2015년, 주식을 끊고 연구에 집중하던 박 원장은 예전에 팔았던 종목이 폭등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때 팔지 않았으면 연봉 몇 배를 벌었을 텐데.”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 즉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공포와 자책이 그를 시장으로 다시 끌어당겼다.
이번에는 ‘찌라시’가 문제였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의 수혜주로 거론되던 대체에너지 관련 종목에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트럼프 당선. 해당 종목들은 줄줄이 상장 폐지됐고, 4억 원을 투자한 계좌는 8,400만 원만 남았다. 손실률 -79%였다.
주식 중독의 3대 패턴이 이 사례에 그대로 녹아 있다. 초보자의 행운 → FOMO에 의한 재진입 → 뇌동매매로 인한 파국. 정신건강 전문가도 피해가지 못한 심리적 함정이었다.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2018년 서울로 돌아온 박 원장은 또 다른 벽과 마주쳤다. 친구들은 부동산으로 수억 원을 벌었고, 외제차를 몰았다.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은 그를 다시 시장으로 밀어넣었다. 선물 옵션과 급등주.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과 함께 손댄 고위험 상품은 또다시 큰 손실로 이어졌다.
심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 정신과 의사가 스스로 정신건강 위기에 처한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새벽 3시, 절망의 끝에서 그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전화를 받았다. 대구로 내려오라고 했다. 이후 4개월간 매일 찾아와 밥을 먹이고, 잠자리에서 깨워주며 그의 곁에 머물렀다. 임상적 처방도, 거창한 심리치료도 아니었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한 사람이었다.
박 원장은 이 경험을 이후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가장 먼저 꺼내는 이야기로 삼는다.
열어보지 않았던 계좌
회복의 전환점은 뜻밖의 곳에서 왔다. 손대지 않고 방치해 두었던 과거 계좌. 8,400만 원이 남아 있던 그 계좌를 다시 열어보니, 시간이 흘러 2억 5천만 원으로 불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최고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원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 숫자는 그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었다. 박 원장은 이 경험을 통해 장기 투자와 시장 이탈의 역설적 가치를 몸으로 증명했다.
“4억 날린 의사입니다”
현재 박종석 원장은 국내에서 드문 주식 중독 치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날 때 그는 먼저 고백한다. “저 4억 날린 의사입니다.”
그 한 마디가 어떤 교과서보다 강력하다.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의 고통을 이론이 아니라 경험으로 이해한다는 사실에 마음을 연다.
그가 제시하는 주식 중독 자가진단 항목은 다음과 같다. 아래 항목 중 3~4개 이상 해당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최소한 시장으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 주식으로 인한 불면, 불안,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
- 업무 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 주식 앱을 지웠다 깔았다를 반복한다
- 월요일 개장이 걱정돼 주말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실질적 회복 로드맵
그는 화려한 투자 철학보다 단순하고 실천 가능한 조언을 강조한다.
첫째, 앱을 삭제하라. 주식 앱과 HTS를 최소 한 달간 삭제하고 시장과 물리적으로 단절하는 것이 첫 번째 치료다. 심리적 의지력으로는 충동을 이기기 어렵다. 환경을 바꿔야 행동이 바뀐다.
둘째, 냉정하게 숫자와 마주하라. 가계부와 일기를 쓰며 내 연봉, 대출 잔액, 월 지출 규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손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다음 투자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셋째, 일상의 루틴을 되찾아라. 운동, 취미, 본업에서의 소소한 성취가 도파민 회로를 회복시킨다. 중독 치료의 핵심은 공백을 다른 건강한 자극으로 채우는 것이다.
넷째, 자기 자신이 최고의 우량주다. 인생은 한 방에 바뀌지 않는다. 하루하루 조약돌을 쌓듯 자신의 역량과 가치를 키우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투자다. 시장이 나를 평가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투자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중독은 의지 문제가 아니다
박종석 원장의 사례가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주식 중독은 도덕적 결함이나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뇌의 보상 회로가 관여하는 심리적·신경학적 현상이다. 정신과 의사조차 피해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손실이 쌓이고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한 신호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 AI시대 숨은 수혜주 3가지, “반도체·전력기기 다음은 이것입니다”
👉 금융 자본주의 시대의 생존법 “내 돈을 지키는 사람은 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