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주식 이야기 안 나오는 날이 없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점심 먹으면서도 “어제 내 종목이 몇 프로 올랐다” “나는 손절했다” 이런 대화들이 오간다. 그런데 국가데이터처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니 좀 의외였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여윳돈이 생겼을 때 어디에 투자하고 싶냐는 질문에 무려 87.3%가 예금이라고 답했다. 주식은 고작 9.6%였고, 전년 대비 오히려 0.2% 줄었다. 내 주변만 보면 다들 주식 한다고 난리인데, 실제로는 열 명 중 아홉 명이 예금을 선호한다니.
물론 이 조사가 올해 3월 말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때는 탄핵 정국이 한창이었고 코스피도 2500선에서 맴돌고 있었다. 지금처럼 4000선을 넘나드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 사람들의 기본 마음은 예금에 가까운 것 같다.
우리 집 금융자산은 평균 얼마나 될까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1억 3690만원이었다. 여기서 전월세 보증금 3730만원을 빼면 대략 1억원 정도가 남는다. 생각보다 많다고 느낄 수도 있고, 적다고 느낄 수도 있다. 평균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부동산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평균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젊은 층은 아직 자산이 적어서 평균보다 한참 낮을 수도 있다.
이 1억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대부분 예금으로 굴리고 있을 거라고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주식 시장이 좋아지면서 주식 비중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로 하나금융연구소에서 올해 1월에 금융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이 조사에서는 평균 금융자산이 1억 2388만원이었고, 그중 주식 투자액이 4637만원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의 37%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주식에 2822만원, 해외 주식에 1619만원 정도 넣어둔 셈이다. 다만 이 조사는 상대적으로 투자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실제 평균보다는 높게 나왔을 수 있다.
왜 아직도 예금이 최고일까
사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주식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예금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이자가 들어온다. 원금도 보장되고 말이다. 특히 요즘처럼 금리가 그럭저럭 괜찮을 때는 예금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조사 시점이 3월 말이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했고 주식 시장도 좋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에서 “여윳돈 생기면 어디 투자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당연히 안전한 예금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원금 손실을 굉장히 싫어한다. 100만원 벌 수 있는 기회보다 100만원 잃을 수 있는 위험을 훨씬 크게 느낀다. 이런 성향이 예금 선호도를 높이는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까
조사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면서 주변에서 주식 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어난 느낌이다. 실제로 지금 다시 조사하면 주식 비중이 좀 더 높게 나올 것 같다.
정부에서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흔히 ISA라고 부르는 계좌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게 시행되면 주식 투자가 좀 더 늘어날 수 있다. 세금 혜택이 있으면 사람들이 움직이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예금이 가진 매력은 여전할 것이다. 안정적이고 확실하다는 것. 이건 주식이 아무리 올라도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이다.
결국 내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87.3%가 예금을 선호한다고 해서 그게 정답은 아니다. 9.6%가 주식을 선호한다고 해서 그것도 정답은 아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니까.
당장 내년에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이라면 주식보다는 예금이 맞다. 변동성이 큰 주식에 목돈을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 손실을 보면 곤란하니까. 반대로 20년, 30년 뒤를 위해 모으는 돈이라면 주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장기적으로는 주식이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예금 70%, 주식 30% 이런 식으로 나눠서 투자하기도 한다. 안정성도 챙기고 수익률도 노리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예금 비중을 늘리고 젊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건 남들이 뭘 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몇천만원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흔들리지 말고, 반대로 예금만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도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주식 안 하는 친구가 수익률 1위”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친구가 자기 상황에 맞는 선택을 했다면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내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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