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을 보면 주식 이야기가 정말 많다. 코스피가 3000선을 돌아다니고, SNS에는 수익 인증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상한 건 정작 내 주변 사람들 중 절반은 “나만 손해 봤다”고 말한다는 거다. 분명 같은 시장에서 투자하는건데 왜 누구는 벌고 누구는 잃는 걸까.
찰리 멍거라는 사람이 있다. 워런 버핏 옆에서 64년간 함께 일한 투자자인데, 작년에 99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사람이 평생 강조한 말이 하나 있다. “투자는 지능이 아니라 성격 싸움이다.” 똑똑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감정을 잘 통제하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얘기다.
인생에서 주식 매수 기회는 20번뿐이라고?
멍거는 재미있는 말을 했다. 인생에서 주식을 살 기회가 딱 20번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라는 거다. 물론 진짜 20번만 사라는 게 아니다. 그만큼 신중하게, 정말 확신이 설 때만 사라는 의미다.
실제로 그는 코스트코, BYD, 웰스파고 같은 몇 안 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해서 엄청난 수익을 냈다. 여기저기 손대지 않고, 진짜 믿을 수 있는 회사만 골라서 오래 들고 간 거다. 분산투자가 답이라고들 하지만, 멍거는 오히려 집중투자를 선택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오늘은 조선주가 오른다고 하면 조선주 사고, 내일은 방산주가 뜬다고 하면 방산주 사고. 친구가 반도체로 돈 벌었다고 하면 또 반도체 사고.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포트폴리오가 되어버린다.
다들 사니까 나도 산다는 심리
주식으로 손해 보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나만 놓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다. 영어로는 FOMO라고 하는데, 이게 진짜 무섭다. 뉴스에서 어떤 주식이 계속 오른다고 하면 참을 수가 없다. 지금 안 사면 나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급하게 산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가 보통 고점이라는 거다. 남들이 다 떠들 때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다. 그리고 내가 사면 신기하게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럼 또 당황해서 판다. 이게 반복되면서 계좌는 점점 빨개진다.
멍거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강세장에서는 살 게 없다”고 했다. 모두가 열광할 때는 오히려 현금을 쥐고 기다렸다. 1970년대 오일쇼크나 2000년 닷컴 버블 같은 위기 때 오히려 매수에 나섰다. 남들이 두려워할 때 사고,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팔았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또 하나 흔한 실수가 있다. “이 주식 싸다”는 말에 혹해서 사는 거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싸게는 다 이유가 있다. 회사 실적이 안 좋거나, 산업 자체가 사양길이거나,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평범한 기업을 싸게 사는 것보다,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게 낫다.” 좋은 회사를 조금 비싸게 사도 결국은 그게 이득이라는 얘기다.
그럼 좋은 회사는 뭘까. 경제적 해자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하면 다른 회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다. 브랜드가 강하거나, 기술이 독보적이거나, 비용 구조가 탄탄하거나. 이런 회사들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잘나간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반대로 한다.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테마주를 산다. 이해도 잘 안 되는 회사인데 “다들 오른다니까” 일단 산다. 재무제표는 처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주가가 빠지면 “사기당했다”고 한다.
모르는 건 사지 말아야 한다
멍거가 가장 강조한 건 자기 능력의 한계를 아는 거다. “모르는 기업은 절대 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원칙이었다. 아무리 유망해 보여도,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산업이면 손대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유튜브에서 누가 추천하면 덥석 산다. 커뮤니티에서 핫하다고 하면 일단 산다. 친구가 돈 벌었다고 하면 나도 산다. 그 회사가 뭘 하는지,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잘 모른다. 그냥 오를 것 같으니까 산다.
이렇게 투자하면 결국 시장의 먹잇감이 된다. 정보를 늦게 받고, 늦게 사고, 늦게 판다. 큰손들은 이미 다 빠져나갔는데 혼자 물려있는 경우가 생긴다.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
“이번엔 다르다”는 말처럼 위험한 말이 없다. 주식 시장에서 이 말이 나오면 조심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버블은 항상 “이번은 다르다”는 말과 함께 왔다.
2000년 닷컴 버블 때도 그랬다. “인터넷은 새로운 경제다. 전통적인 밸류에이션은 의미 없다”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도 “부동산은 절대 안 떨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안다.
지금 시장을 보자. 조선주, 방산주, 반도체주가 불타고 있다. 뉴스마다 “사상 최고가 경신”이라는 제목이 달린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 멍거라면 지금 뭘 했을까. 아마 현금을 들고 다음 기회를 기다렸을 것이다.
결국 투자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멍거의 성공 비결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높은 IQ도 아니고, 특별한 정보도 아니었다. 그저 감정을 통제하고, 원칙을 지키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 거다.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남들이 벌 때 나도 벌고 싶어서. 놓칠까 봐 두려워서.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 모르고 덤비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의 계좌를 한번 보자. 왜 이 주식을 샀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이 회사가 10년 후에도 잘나갈 거라고 확신하는가. 만약 대답이 “잘 모르겠는데 오를 것 같아서”라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멍거는 말했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돈을 버는 비결보다 잃지 않는 비결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잃지 않으려면 결국 자기 자신을 이겨야 한다.
시장은 항상 기회를 준다. 급할 것 없다. 진짜 좋은 기회는 남들이 두려워할 때 온다. 지금처럼 모두가 열광할 때는 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게 현명하다. 어차피 인생에 기회는 20번 있다. 아직 19번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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