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시장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정작 우리가 체감하는 대출금리나 국채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에서 2.5%로 낮췄다. 보통은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 금리도 따라서 내려가야 정상이다. 그런데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초보다 0.595%포인트나 올라서 3.344%를 기록했다. 정책금리는 내리는데 시장금리는 오르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디커플링’ 또는 ‘탈동조화’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논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각국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재정 지출이 크게 늘어났는데, 여기에 AI나 반도체 같은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까지 겹치면서 나라 빚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만 해도 내년에 232조 원이나 되는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나라가 빚을 많이 내면 채권 시장에서는 불안해한다. 앞으로 이 빚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채금리가 오르게 된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셈이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를 보면, 재정적자가 커지고 연금 개혁도 제대로 안 되면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초 3.09%에서 현재 3.41%까지 올랐다. 심지어 이탈리아보다 금리가 높아졌다. 프랑스 같은 선진국 국채금리가 이탈리아보다 높다는 건 꽤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은 더 극적이다. 경기 부양에 200조 원,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지원에 27조 원을 쏟아붓기로 하면서 10년물 국채금리가 1.8%대까지 뛰었다. 중국보다 금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 자료를 보면, 선진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2024년 110.2%에서 2030년에는 118.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18.4%포인트나 늘어나고, 한국도 10.9%포인트 증가한다.
이게 왜 문제일까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놀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경기를 살리려고 기준금리를 내려도, 정작 은행 대출금리나 회사채 금리가 안 떨어지면 소용이 없다. 서민들이나 기업들이 체감하는 금리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올라가니까, 돈을 빌려서 소비하거나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3년물 국고채와 기준금리의 격차가 한때 0.5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정도 격차는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 운용이 점점 더 어려워질 거라고 말한다. 서강대 허준영 교수는 내년에도 시장금리가 예상만큼 떨어지지 않거나 되레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재정 상황
한국도 재정 압박이 만만치 않다. 내년에만 232조 원의 국고채를 발행해야 하고, 매년 200억 달러가 미국 투자금으로 빠져나간다.
여기에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인구 고령화로 앞으로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AI나 반도체 같은 미래 산업에도 투자해야 하고, 경기가 안 좋으면 부양책도 써야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나라 빚을 계속 늘리면, 시장에서 한국 국채를 보는 시선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채금리는 더 오르고, 정부가 이자로 내야 하는 돈도 늘어난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셈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도 재정과 통화, 금융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노는 상황이 계속되면, 경기 회복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필요한 곳에 재정을 쓰되,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국채 발행 규모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야 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이런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무조건 채권 투자가 유리하다거나, 대출금리가 떨어질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특히 장기 금리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 상황이나 정부 정책 발표에 따라 금리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내년에도 이런 디커플링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의 재정 압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미래 산업 투자나 복지 지출 같은 구조적인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정부가 재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필요한 투자는 하되,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금리 디커플링 상황을 해결하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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