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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화, 정제마진 20달러↑ vs -28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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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 정유업계, 정제마진 20달러 역대급 반등으로 4분기 실적 ‘대반전’
  • 석유화학업계, 중국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에 적자 확대 ‘늪’
  • 구조조정 시작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2027년 이후나 가능

2025년 4분기, 한국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같은 시기, 같은 업황 속에서도 완전히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제마진이라는 단 하나의 변수가 이들의 운명을 갈랐다. 정유업계는 배럴당 20달러까지 치솟은 정제마진 덕분에 흑자 반전에 성공했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적자의 늪을 헤맸다.

정유업계, 정제마진이 살렸다

2025년 4분기 정유업계의 실적 반등은 정제마진의 극적인 회복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1월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0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등을 뺀 실질 수익을 뜻하는데, 통상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치다.

에쓰오일(S-OIL)은 4분기 영업이익이 4350억~4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5%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2024년 4분기 실제 실적 발표에서 에쓰오일은 영업이익 2608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 역시 3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iM증권은 “10월 이후 유가 하락으로 재고손실이 불가피했지만, 정제마진 상승이 이를 충분히 상쇄하며 2024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제마진 강세의 배경에는 러시아 제재와 유럽의 재고 축적 수요가 맞물린 복합적 요인이 있다. 4분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63달러로 전 분기 대비 하락했지만,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겹치며 정제마진이 급등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을 정제마진이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구조적 호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좋아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업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정제마진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망은 밝다. 한화투자증권은 “2026년 1월 정제마진은 배럴당 11~13달러 수준으로 조정됐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이러한 흐름은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2025년을 마지막으로 순증설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EU의 러시아 제재 역시 유지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의 긴 터널

반면 석유화학업계의 2025년 4분기 실적 전망은 한층 어둡다.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 가격 차) 회복이 제한적인 데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부담까지 더해지며 실적 회복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4분기 10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은 전년 동기 2341억 원의 영업손실에서 2825억 원 수준으로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 역시 석유화학과 태양광 부문 동반 부진으로 4분기 적자 전환이 점쳐진다. KB증권은 “마진 약세 및 유가 하락, 정기보수 효과가 추가되어 1241억 원대 적자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해 3개 산업단지(대산·여수·울산)를 중심으로 사업재편 안을 제출하며 구조조정의 첫 단계를 밟았다. 정부는 국내 NCC 생산능력의 18~25%(연 270만~370만 톤)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기업들은 2025년 말까지 구조조정 계획안을 제출해야 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대산 산단에서 합산 NCC 규모를 연산 195만 톤에서 85만 톤으로 줄이는 합의안을 발표하며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연 120만 톤 규모의 LG화학 1공장 폐쇄를 포함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여천NCC는 지난 8월 가동을 멈춘 연산 47만 톤 규모의 3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울산 산단에서도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외부 컨설팅을 통해 구조조정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상반기 중 연구개발(R&D) 지원과 인프라 구축 등 후속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수급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에틸렌 설비 가동률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시점을 2027~2028년 이후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에틸렌 설비 가동률은 보수적으로 봐도 2027~2028년을 바닥으로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며 “2026년 실질 에틸렌 생산 증가량은 연간 수요 증가량에 미치지 못하는 300만~400만 톤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출발점이지만, 당장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업황 부진과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만큼 2026년까지는 쉽지 않은 겨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동시다발 구조조정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 전반에서 NCC 설비 조정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742만1133만 톤, 한국은 270만~370만 톤, 일본은 약 240만 톤 규모의 NCC 설비 감축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럽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비용 상승과 경기 둔화가 겹치며 2024~2027년 사이 약 687만 톤 규모의 에틸렌 크래커가 가동 중단 또는 영구 폐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 4개국의 NCC 설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7675만 톤으로 추산된다.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7년 동북아 NCC 설비 규모는 8612만9003만 톤 수준으로 예상되며, 이는 구조조정이 없을 경우의 전망치보다 13~17% 낮은 수준이다.

다만 감축 자체가 산업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중국의 자급률 확대, 중동의 원가 경쟁력, 강화되는 환경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10대 석유화학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1년 12.5%에서 2023년 -0.9%, 2024년 -1.8%로 하락했다. 불과 3년 사이 수익 구조가 급격히 무너졌고, 적자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정유 vs 석화, 2026년 희비도 갈릴까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강세 흐름이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평균을 웃도는 수익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올해에 본격적인 회복의 해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공급 과잉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 회복 속도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설비통합이나 구조조정은 반드시 인력 감축을 수반하며, 전후방 고용 유발 인원이 40만여 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부담도 크다.

정부는 “희생이 있어야 지원이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신청 기업에 제공되는 세제·금융 지원이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작동할지, 그리고 소위 ‘무풍지대’라 불리는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여수산단을 찾아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산업부는 2026년 상반기 중 제출된 개편안을 신속히 검토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범용 석화에서 스페셜티·순환경제로 전환 시급

산업 구조 전환의 필요성도 반복해서 제기된다. 기후·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가 제시한 석유화학산업 넷제로 로드맵은 2030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을 현재 1280만 톤에서 약 920만 톤 수준으로 줄이고, 산업단지의 지역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범용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화학과 정밀화학, 반도체 소재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플랜트 시공·운영 역량과 달리 원천기술 등 핵심 경쟁력은 축적되지 못한 상태다. 내수 시장이 작은 한계로 일찍부터 중국으로의 수출에 집중했지만, 이제 중국은 석유화학 자급률 100%에 육박한 상황이고,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마땅치 않다.

2026년 석유화학 산업은 ‘감산을 통한 생존’과 ‘전환을 통한 성장’이란 양대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26년에는 국내 3대 산업단지의 감산 실행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의무화 준비가 정유·석화 산업의 신규 성장축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과 순환경제 소재 같은 인접 산업이 고부가가치 수요를 실질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도 연동되어 움직일 전망이다.

정제마진이라는 한 줄기 빛이 정유업계를 살렸지만, 석유화학업계는 여전히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구조조정의 고통을 견디며 산업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2026년과 2027년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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