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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격차의 기록’ 10년의 선택이 20배 차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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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 10년간 정기예금 수익률 15~21%,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000% 상승
  • 서울 아파트 평균가 5억→15억원, 강남 핵심지는 4배 이상 급등
  • 저금리 기조 속 근로소득 저축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심화

100만원의 운명, 10년 후 115만원 vs 2034만원

2016년 1월, 당신이 가진 100만원을 어디에 넣었는가. 이 선택이 10년 후 자산 격차의 출발선을 결정지었다.

5대 은행 정기예금에 넣고 매년 재예치했다면 현재 115만~121만원이 됐다. 10년간 이자 수익은 고작 15만~21만원. 연평균 복리 수익률은 1.41~1.92%에 불과했다. 세금을 떼고 나면 체감 수익률은 더 낮다.

반면 같은 돈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당시 4만4700원이던 주가는 지난달 30일 90만9000원을 돌파했다. 무려 20.34배 상승이다. 100만원은 2034만원이 됐다.

코스피 지수만 따라가도 2.58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2016년 1월 2026.46이던 지수는 올해 1월 5224.36까지 올랐다. 예금 수익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격차다.


“성실히 모았는데 벼락거지”…예테크족의 한숨

저축의 시대는 끝났다. 예·적금으로 재테크를 하던 ‘예테크족’은 이제 자조 섞인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스피가 ‘꿈의 5000피’를 달성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5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안 은행 예금자들은 소외됐다. 근로소득을 성실히 모아 저축한 이들이 자산시장 급등의 수혜에서 배제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999년 4.75%에서 2025년 2.5%로 26년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2015년 사상 처음 1%대로 하락한 기준금리는 2020년 0.5%로 최저점을 찍었다. 현재의 2%대도 역사적 저금리 수준이다.

은행권은 “예금금리를 함부로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 은행에서 예금금리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증시 랠리가 가속화하자 은행 예치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월 29일 기준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은 643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0조원 넘게 감소했다. 정기예금도 2조원 이상 줄었다.


부동산 격차는 더 잔혹했다

주식시장만큼이나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 부동산이다. 10년 전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믿고 집 구매를 미뤘던 이들의 후회가 깊어지고 있다.

2016년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원대였다. 지금은 15억원대를 넘어섰다. 10년 새 10억원이 뛴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1.8배 상승에 그쳤다.

지역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강남 11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6000만원에서 19억1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강북 14개구는 4억3000만원에서 10억8000만원으로 2.5배 상승했지만, 절대 금액 기준 격차는 2억원에서 8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같은 서울이라도 어디를 샀느냐가 결정적이었다. 도봉구 도봉한신아파트(전용 84㎡)는 2억30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2.6배 상승했다. 반면 서초구 반포자이(전용 59㎡)는 9억원에서 37억원으로 4.1배,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76㎡)는 8억원에서 37억원으로 4.6배 급등했다.

㎡당 가격으로 봐도 차이는 명확하다. 서울 아파트는 635만원에서 1811만원으로 2.9배 올랐지만, 전국 평균은 359만원에서 680만원으로 1.9배 상승에 그쳤다.


“포모 심리에 증시로 몰려드는 국민들”

최근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포모(FOMO·기회상실 공포)’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3조7071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8일 90조원을 돌파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10조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75.63% 급등하며 미국 S&P500지수(17.41%)를 크게 웃돌았다.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274.35%, 125.38%에 달했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더 큰 기회를 놓칠 것이란 불안감이 투자 대열에 합류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 “자산 양극화 심화, 정책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산 가격이 10% 오르면 1억 가진 사람은 1000만원, 10만원 가진 사람은 1만원을 번다”며 “정상적 사회라면 근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제 자본소득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과 2030 세대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안 교수는 “고령층은 모아둔 돈으로 저축해서 스스로를 부양해야 하는데 저금리라 생활이 안 되니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리스크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에 실물경제는 1% 성장했는데 증시만 부양되는 건 문제”라며 “금융자산 없이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고령층 등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소득세 구간을 유연하게 해서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예적금 이용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기 투자의 힘, 그러나 위험도 함께 커진다

증권업계는 최근 증시 랠리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 주식 수익률이 예·적금보다 높았다고 설명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 투자 성과가 과거 10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것은 우량주에 대한 장기 투자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과 예금의 단순 비교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은행은 정해진 이자만 지급하지만 주식은 기대 수익률이 높은 대신 변동성과 손실 위험이 더 크다”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경쟁력 확보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실적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수익률도 2021년 3.63%, 2022년 -24.89%, 2023년 18.73%, 2024년 -9.63%로 등락이 심했다. 장기 투자의 힘을 믿되, 단기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시대, 선택은?

정상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는 “현재는 돈의 가치 하락에 대한 반사효과로 안전자산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자금이 이동되는 시기”라며 “AI로 인한 기업 생산성 향상 가능성,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정책 지속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주식 투자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을 높여 실질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10년 전의 선택이 지금의 자산 격차를 만들었다면, 지금의 선택은 10년 후를 결정할 것이다. 예금, 주식, 부동산.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된 시대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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