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투자전략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 가속화…태광산업 사태로 드러난 제도 허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 가속화…태광산업 사태로 드러난 제도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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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논란을 계기로 현행 자사주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광산업 EB 발행 논란으로 불거진 자사주 악용 우려

태광산업은 지난달 보유 중이던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하려다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제3자에게 넘기려는 시도였는데, 매각 대상이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공시되지 않아 ‘깜깜이 지배력 강화’ 논란이 일었다.

기존 주주들은 “자사주 재활용으로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태광산업은 EB 발행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매입해놓고 다시 시장에 풀거나 특정 세력에게 넘기는 것은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자사주 제도 허점 악용…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변질

자사주는 본래 주가 부양이나 주주 환원을 목적으로 기업이 자기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하는 것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되고 주주가치가 상승한다.

문제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다가 다시 활용하는 경우다. 기업이 보유하는 동안 자사주는 의결권을 갖지 못하지만, 시장에 매각되거나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나 경영진의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저가에 넘기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되고 경영권은 더욱 공고해진다. 오너 일가가 자기 돈이 아닌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사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셈이다.

또한 자사주는 배당을 받지 않고 의결권도 없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시 전체 표의 분모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기존 대주주의 상대적 지배력이 커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해외는 자사주 즉시 소각이 일반적…국내 제도와 대조

자사주 소각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즉시 소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에 따라 자사주 매입 목적과 시기, 물량 등이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즉시 해당 주식이 발행주식 총수에서 제외되어 소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행위로 여겨진다. 자사주를 시장에 다시 내놓는 경우에도 신주 발행에 준하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주주대표소송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어 자사주 재활용으로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할 경우 경영진이 법적 책임을 질 위험도 높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국내 자사주 제도는 해외 대비 규제 강도가 낮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추진…찬반 논란 가열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추진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각 의무화 찬성론자들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투자자에게 리스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연한 자금 운용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에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미국에서 허용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주 활용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 “단계적 접근 필요…투명성 강화가 우선”

자사주 소각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보다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즉시 전면 의무화보다는 공시 강화와 투명성 제고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기업의 경영 유연성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며 “임직원 스톡옵션 등 정당한 목적의 예외 조항을 두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사주 처리 계획의 공시를 강화하고 재활용 시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투자자들 “제도 개선 시급…시장 신뢰 회복 필요”

개인투자자들은 자사주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급진적 변화보다는 점진적 개선을 원하고 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최근 개인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3%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즉시 전면 시행”을 원하는 비율은 34.2%에 그쳤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자사주 매입 공시를 보고 투자했는데 나중에 대주주 지분 확대에 이용된다면 개미투자자만 손해”라며 “투명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자사주 관련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태광산업 사태를 계기로 자사주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도 자사주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관련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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