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전략 전환: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의 최우선 목표를 화성에서 달로 공식 수정. 10년 내 자급자족 ‘달 도시’ 건설 선언
- 복합 배경: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압박, 블루오리진의 추격, 기술적 한계가 겹치며 현실론 선택
- IPO 변수: 올여름 최대 500억 달러 규모 기업공개를 앞두고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목표’가 필요했다는 분석
한때 “달은 방해물에 불과하다. 화성으로 직행하겠다”고 공언했던 일론 머스크가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2월 8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플랫폼 X를 통해 “스페이스X는 이미 달에 ‘자가 성장형 도시(self-growing city)’를 건설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고 공식 선언했다. 수십 년간 화성 이주를 인류 문명의 유일한 구원책으로 역설해 온 그의 발언이 180도 뒤집힌 순간이었다.
“달은 10년, 화성은 20년”…숫자가 바꾼 선택
머스크의 논리는 단순하다. “화성 도시 건설은 20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달 도시는 10년 이내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 조건의 차이도 명확하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 킬로미터. 화성까지의 거리는 최소 5500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거리 차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술 결함이 발생했을 때 수정에 걸리는 시간, 보급 주기, 인명 구조 가능성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달에서 먼저 우주 거주 환경 조성 경험을 쌓아 리스크를 줄이는 ‘징검다리 전략'”을 공식화했다. 화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달을 화성으로 가기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첫 목표는 2027년 3월까지 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무인 상태로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것이다.
트럼프의 압박, 베이조스의 추격
이번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정치적·경쟁적 압박이 동시에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달 탐사 경쟁에서 우위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왔다. 당시 숀 더피 교통부 장관 겸 NASA 국장 대행은 “중국보다 먼저 달에 기지를 세워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 이전에 유인 달 착륙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스페이스X는 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의 핵심 달 착륙선 사업자로 선정되어 있다. 달 착륙선 개발 자금을 NASA로부터 받는 입장에서 정부 정책 방향을 외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쟁 구도도 머스크를 압박했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은 우주 관광 사업을 아예 접고 달 착륙선 개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페이스X가 미적거리는 사이 후발 주자에게 선두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것이다.
IPO 앞에서 꺼낸 ‘현실 카드’
업계 분석가들은 오는 여름 추진 예정인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가 이번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스페이스X는 최대 500억 달러(약 73조 원) 규모의 IPO를 준비 중이며, 기업 가치는 최대 1조 500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자자들에게 “20년 후 화성”이라는 막연한 비전보다 “10년 안에 달 도시”라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목표가 훨씬 설득력 있다는 판단이 작동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기술적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머스크는 올해 하반기 무인 화성 탐사선 발사를 계획했지만, 우주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술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높았다. 달 탐사보다 더 복잡한 화성 임무에서 초기 실패 시 IPO와 투자 유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달 도시’의 실제 청사진: AI 데이터센터까지
머스크가 그리는 달 도시는 단순한 탐사 기지가 아니다.
그는 달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우주 거점으로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우주 공간에서의 태양광 발전은 지상 시설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점에서, AI 컴퓨팅 수요 폭증에 대응하는 새로운 인프라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최근 스페이스X가 2500억 달러 규모의 AI 기업 xAI를 인수한 것과 맞물린다. 달 도시가 단순한 우주 탐사 기지를 넘어 ‘차세대 데이터 경제의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머스크는 “물론 화성 도시 건설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며, 5~7년 내 착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달 탐사는 화성행의 포기가 아닌, 더 안전한 도달을 위한 경유지라는 설명이다.
전문가 시각: ‘낙관론’과 ‘현실론’ 사이
우주 전문가들의 시선은 갈린다.
우주 정책 전문가 웬디 휘트먼 코브는 “스페이스X가 화성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인력을 채용한 적도 없다”며 화성 계획 자체가 처음부터 현실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주 과학자 카일러 큔은 “달 탐사가 화성보다 분명히 현실적이며, 경제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수년 내 실현 가능한 목표”라며 이번 전략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통된 시각은 하나다. 인류가 달에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것은 1972년 아폴로 17호였다. 54년 만에 다시 열리는 달 탐사 경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의 핵심 플레이어로 일론 머스크가 다시 한번 호명되고 있다.
꿈을 낮춘 것인지, 꿈으로 가는 길을 바꾼 것인지는 10년 후 달 표면 위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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