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주가 재미없다. 10월 들어서 코스피는 4%나 올랐는데, 은행주를 모아놓은 KRX 금융지수는 오히려 0.64% 떨어졌다. KODEX 은행이나 TIGER 은행 같은 ETF도 3~4% 정도 빠졌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일단 악재가 좀 많았다. ELS 불완전 판매 문제도 있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해지고 있고, 국고채 담합 과징금 이슈도 있다. 게다가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하게 조이고 있어서 은행들이 대출로 돈 벌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오히려 지금이 살 때라고 한다. 좀 의외다.
왜 지금 사라는 걸까
일단 은행들 자본 상태가 생각보다 튼튼하다. 보통주자본비율이라는 게 있는데, 대부분 은행이 13%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가계대출 규제가 주주한테 돌아갈 배당을 줄이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대출로 이자 수익 내기는 어려워지겠지만, 쌓아놓은 자본이 워낙 많아서 그걸로 배당도 늘리고 자본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올해 7월에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꽤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배당 받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돼서 최고 49.5%까지 세금을 냈는데, 내년부터는 일정 한도 안에서 별도로 분리과세가 된다. 배당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확 줄어드는 거다. 이게 국회를 통과하면 고배당 주식으로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감액배당이라는 것도 있다. 좀 어려운 용어인데, 쉽게 말하면 세금 안 내는 배당이다.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겨서 배당하면 과세를 안 한다. 우리금융은 내년 초부터 이게 적용되고, KB, 신한, 하나금융은 2027년 초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준섭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감액배당이 합쳐지면 은행주가 정말 국민주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은행주를 많이 샀는데, 내년부터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다.
그럼 어떤 은행주를 사야 할까
메리츠증권 조아해 연구원은 KB금융을 가장 추천한다. 자본비율이 경쟁사보다 계속 높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두 번째로는 신한지주를 꼽았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서 올라갈 여지가 크다고 본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하고 주주환원도 늘린다는 점을 반영해서 목표주가를 7% 올렸다. 반대로 카카오뱅크는 실적이 안 좋아서 목표주가를 10% 내렸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과징금 때문에 자본비율이 나빠질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금융당국이 제도를 손보고 있어서 그 영향이 줄어들 거라고 한다. 지난 2주 동안 은행주가 많이 빠져서 오히려 가격 매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물론 모두가 낙관적인 건 아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좀 신중하다.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올 것 같긴 한데, 실적만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긴 어렵다고 본다.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이 얼마로 정해지는지 같은 외부 변수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 은경완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IT 주식 중심으로 증시가 올랐는데 은행주는 여기 못 끼었다고 지적한다. 과징금이나 정책 부담 때문에 투자 심리가 안 좋았다는 거다. 게다가 2분기 실적 발표 때 주주환원 정책이 이미 충분히 반영됐고, 대형 은행들이 배당을 더 늘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본다.
결국 살까 말까
증권사 의견을 종합하면, 단기적으로는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괜찮다는 쪽이 많다. 특히 배당 받으면서 장기 투자하려는 사람한테는 지금이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라는 거다.
정준섭 연구원 말처럼 은행주가 작년부터 꽤 올랐는데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사서 들고 있으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결국 가계대출 규제니 과징금이니 하는 악재들은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배당 혜택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게 증권가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단기 변동성은 각오해야 하고, 환율이나 정책 같은 외부 요인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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