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뉴스'은둔의 거인' 화낙, AI 협업으로 다시 깨어나다

‘은둔의 거인’ 화낙, AI 협업으로 다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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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 세계 1위 산업용 로봇 기업 화낙,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협력으로 6개월간 주가 70% 급등
  • 폐쇄적 ‘갈라파고스 전략’ 버리고 오픈소스 전환, AI 생태계 핵심 플레이어로 재편
  • JP모간 목표주가 7000엔 제시하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상승 여력 제한적 전망

후지산 자락의 은둔 기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3시간 거리, 후지산 인근 야마나시현 오시노촌. 이곳에 본사를 둔 화낙(FANUC)이 일본 증시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7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화낙 주가는 최근 한 달간 8.84% 상승했고, 지난 6개월간 상승률은 무려 70.71%에 달한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가 31.26% 오른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상승세다.

화낙은 산업용 로봇, 공장자동화(FA) 시스템, 공작기계 등 세 분야 모두에서 글로벌 1위 점유율을 기록하는 명실상부한 제조업의 숨은 강자다.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 테슬라 전기차의 생산 라인에서 화낙의 절삭기계와 로봇을 빼놓을 수 없다.


70년 폐쇄주의를 깬 결단

화낙의 변화는 극적이다. 오랫동안 ‘갈라파고스 전략’으로 불리는 폐쇄적 운영을 고수해온 이 회사는 2023년에야 사내 시스템을 전자화했을 정도다. 외부와의 협력을 최소화하고 독자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던 화낙이 지난달 엔비디아와의 협력 계획을 전격 발표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양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차세대 지능형 로봇 개발이다. 화낙의 산업용 로봇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결합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협업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정해진 코딩에 따라 단순 반복 작업만 수행했다면, 피지컬 AI는 가상공간에서 학습된 AI 모델이 현실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로봇을 제어하는 혁신적 기술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화낙이 자사 로봇을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화낙 로봇을 제어할 수 있도록 관련 드라이버를 오픈한 것은 폐쇄성을 고수하던 기업 문화의 180도 전환을 의미한다. 자사 로봇을 피지컬 AI 생태계의 표준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적 야심이 엿보인다.


경쟁 구도 변화가 촉발한 개방

화낙의 전략 전환 배경에는 시장 환경 변화가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난해 10월 로봇 시장 2위 업체 ABB의 로봇 부문을 54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2위 기업이 소프트뱅크라는 거대 자본과 결합하면서 경쟁 구도가 급변했고, 화낙도 더 이상 혼자만의 길을 고집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피지컬 AI 시장의 폭발적 성장 전망도 화낙의 결단을 부추겼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은 2030년까지 피지컬 AI 시장이 수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 의료,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서 지능형 로봇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적도 탄탄, 미래 전망도 밝다

화낙의 재무 성과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다. 2025회계연도 상반기(2025년 4~9월) 매출은 4076억엔, 영업이익은 860억엔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3.71%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제조업 불황 속에서도 각국의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 회귀) 기조와 공급망 재편이 화낙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화낙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776억엔에서 올해 2003억엔, 2027년 2236억엔으로 매년 10% 안팎의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하면서 화낙의 수혜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가의 엇갈린 시선

JP모간은 화낙에 대해 강력한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를 7000엔으로 설정하며 “화낙이 AI 경제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재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루야마 다쓰야 JP모간 애널리스트는 “현재 공장 가동률이 75% 수준인데, AI 기반 수요만으로 가동률이 100%까지 상승한다면 연간 순이익이 600억엔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급등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현재 화낙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3배로, 업종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22개 투자기관의 평균 목표주가는 5791엔으로 현재 주가보다 9.92% 낮다. 이 중 13개 기관은 매수 의견을 제시했지만, 9개 기관은 보유 또는 매도 의견을 냈다.

아이리스 정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신중한 입장이다. “경영진이 하반기 수주가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제조업 혁신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

화낙의 변화는 단순한 한 기업의 전략 전환을 넘어선다. 70년 넘게 폐쇄성을 고수하던 제조업 거인이 개방과 협력을 선택한 것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 AI와 로봇의 결합이 제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화낙이 피지컬 AI 시장의 표준을 장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밸류에이션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중장기적으로 AI 제조업 혁명의 수혜주로서 화낙의 성장 잠재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후지산 자락에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글로벌 제조업 전체를 뒤흔들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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