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에서 “투자의 황금신(Golden God)”이라 불리는 데이비드 테퍼(67세). 그가 운용하는 아팔루사 매니지먼트는 1993년 설립 이후 30년간 연평균 2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로 자리잡았다.
특히 2009년 금융위기 때 은행주에 과감히 베팅해 개인적으로 40억 달러를 벌어들인 일화는 아직도 월스트리트에서 회자되고 있다. 피츠버그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떻게 세계 최고의 투자 대가가 되었을까.
야구카드 통계 외우던 소년, 월스트리트 전설이 되다
1957년 9월 11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앨런 테퍼는 회계사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의 둘째 아들이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준 야구카드의 통계를 모두 외울 정도로 숫자에 특별한 재능을 보였던 그는 이후 이 능력이 투자 분석의 밑바탕이 됐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성장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8년 카네기 멜론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그는 “아버지의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피츠버그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1982년 MBA를 취득한 테퍼는 곧바로 금융업계에 뛰어들었다. Equibank, Republic Steel 등을 거쳐 1985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골드만삭스에서 그는 고수익 채권팀 신용 분석가로 시작해 6개월 만에 수석 트레이더로 승진했다. 특히 1987년 주식시장 폭락 당시 파산 위기에 몰린 금융기관들의 채권을 과감히 매입해 큰 수익을 올리며 골드만삭스 생존에 기여했다.
하지만 두 번의 파트너 승진 기회에서 연속 탈락한 후, 1993년 12월 동료 잭 월튼과 함께 독립을 결심했다.
아팔루사, 첫 6개월 만에 57% 수익

1993년 설립된 아팔루사 매니지먼트는 초기 자본금 5,700만 달러로 출발했다. 하지만 첫 6개월 만에 57%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월스트리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테퍼의 주특기는 ‘부실채권 투자(Distressed Debt Investment)’였다. 파산 위기나 심각한 재정난에 처한 기업들의 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후, 회사가 회생하면서 얻는 수익을 노리는 고위험-고수익 전략이다.
아팔루사의 첫 투자 대상이었던 Algoma Steel을 비롯해 엔론, 월드컴, 마르코니 등 당시 ‘위험천만’하다고 여겨졌던 기업들의 채권 투자로 150%의 포트폴리오 수익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퍼는 남들이 두려워하는 것에 과감히 베팅하는 역발상 투자의 대가”라며 “시장이 공포에 빠져 있을 때가 그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2009년 금융위기, 역사상 최고의 한 방
테퍼가 진정한 전설이 된 것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였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그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2008년 봄 대부분의 포지션을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해둔 테퍼는 2009년 2월 미국 재무부의 금융안정화 계획 발표와 함께 역사적인 베팅에 나섰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우선주를 달러당 12센트에, 시티그룹 채권을 19센트에 대량 매입했다. 또한 AIG의 상업용 모기지담보증권을 9센트에 10억 달러 규모로 사들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보통주는 4,755만 주를 평균 6.73달러에 매입했다.
당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정부가 대형 은행들을 국유화할 것”이라며 공포에 떨고 있을 때, 테퍼는 “정부가 대형 은행들을 망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9년 말까지 이들 은행의 주가가 회복되면서 아팔루사는 7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테퍼 개인은 4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연간 수익률 132%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 연봉을 달성했다.
“연준과 싸우지 마라” 10년 불장 예측한 혜안

2010년 9월 CNBC 출연에서 테퍼는 “연준과 싸우지 마라”는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실제로 이후 10년간 미국 증시는 사상 최장기간의 불장을 이어갔고, 테퍼의 예측은 적중했다. 그는 “정부 정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투자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투자 영역을 기술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알리바바가 12%, 아마존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메타 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30년간 연평균 25% 수익률의 비밀
아팔루사 매니지먼트는 설립 이후 30년간 연평균 25%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해왔다. 1993년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약 1억 8,100만 달러가 되었을 계산이다.
테퍼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시장이 당신을 긴장하게 만들 때가 바로 행동할 때”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한 “가장 위험해 보이는 것이 때로는 가장 안전한 투자”라며 역발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분산투자보다는 확신 있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고수한다. “우리는 무리를 이끈다. 월스트리트가 우리를 따르지, 우리가 월스트리트를 따르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투자업계 전문가는 “테퍼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거시경제 분석과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심리적 강인함”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배워야 할 교훈

전문가들은 테퍼의 사례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첫째, 위기는 기회라는 마인드셋이다. 테퍼의 최대 수익은 모두 시장이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 나왔다. 둘째, 거시경제와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셋째,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확신 있는 투자가 중요하다.
또한 투자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과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심리적 강인함도 필수 요소로 꼽힌다.
현재 순자산 207억 달러(포브스 2024년 기준)로 세계 94위 부자에 올라있는 테퍼는 2019년 아팔루사를 패밀리 오피스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운용자산 170억 달러 중 90%가 테퍼와 직원들의 자금이다.
2018년에는 NFL 캐롤라이나 팬서스를 22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투자 철학과 교훈은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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