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할 수 있어요. 원익QnC는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126% 증가한 2251억원, 299억원을 기록했어요. 같은 기간 순이익(지배)도 3909% 증가한 112억원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증가세를 보여주었어요.
[그래프] 원익QnC 3분기 실적(단위: 억원)
(자료: 인리치타임스, 전자공시시스템)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원익QnC 주가는 강하게 하락했어요. 지난 6월 7일 기록한 주가 최고점 4만1000원과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반토막이 났어요. 약 5개월 만에 반토막이 난 거예요. 3분기 실적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차트] 원익QnC 주가(일봉, 최근 1년)
(자료: 키움증권)
여기서 우리는 2가지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먼저, 3분기 실적 실체입니다. 절대적 기준으로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성장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아주 큰 폭으로 증가했죠. 그러나 작년 성적이 평소보다 좋지 않았다면 얘기를 달라집니다. 즉, 원래 10등 하던 아이가 100등을 한 후 다시 10등을 했다면 “성적이 올랐다”고 표현하기 애매해집니다. 성적이 한 번 미끌어졌을 뿐 평소 10등을 하던 아이였으니깐요. 이를 ‘기저효과’라고 부릅니다.
원익QnC 3분기 매출액은 2021년 1587억원 → 2022년 2039억원 → 2023년 1791억원 → 2024년 2251억원 증감했어요. 물론 작년 3분기 매출액이 줄긴 했지만, 기저효과를 언급할 정도로 큰 변화는 아니었어요. “작년 3분기 부진한 매출액이 올해 회복했다”정도로 해석해야겠어요.
(자료: 인리치타임스,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영업이익은 달랐어요. 연도별 3분기 영업이익은 2021년 267억원 → 2022년 371억원 → 2023년 133억원 → 2024년 299억원을 기록했는데요. 매출액과 흐름은 비슷하지만 변동폭이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특히, 2023년 영업이익은 2021년 영업이익보다도 못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022년에 비해서도 부진했고요.
정리하면 올해 원익QnC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6% 증가했으나, 3년전 수준으로 돌아왔을 뿐, 성장했다고 풀이할 순 없습니다. 이에 증가율이 중요하지 않아지죠. 대신 ‘회복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자료: 인리치타임스, 전자공시시스템)
3분기 실적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기저효과’를 살펴봤어요. 그런데 기저효과보다 더 중요한 게 있죠. 바로 실적이 시장 기대에 부합했는지 여부입니다. 투자자는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를 기준으로 주가를 판단하죠. 이에 기업이 발표한 실적이 투자자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원익QnC 3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매출액 2332억원, 영업이익 371억원이었습니다. 기대치와 실제 실적을 비교해보면 매출액은 3.4% 부족했습니다. 이 정도는 시장 기대치에 충족했다고 표현할 수 있죠. 그러나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보다 19.4% 부족했어요. 즉,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했어요. 이를 ‘어닝 쇼크’라고 부르죠. 영업이익 어닝 쇼크는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어요.
이제 우리는 주가 하락 원인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잠정실적은 11월 13일에 발표되었고, 확정실적은 다음 날인 14일에 발표되었는데요. 주가는 그 전에 움직였죠. 이제 주가 움직임을 살펴볼 시간입니다.
앞서 살펴본 언급한 바와 같이 주가는 ‘미래 기대’에 따라 움직이죠. 원익QnC 주가가 잘나갔던 6월까지 시장은 기대가 컸다고 해석할 수 있죠. 실제 5월 말과 6월 중순 여의도에서는 원익QnC 목표주가를 올리기도 했어요.
또, 원익QnC실적이 작년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부터 반등했어요. 1분기와 2분기 호실적이 투자자 기대가 커졌던 원인이었죠. 그러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차트] 원익QnC 주가(일봉, 최근 1년)
(자료: 키움증권)
업황이 기대보다 좋지 않다는 전망과 함께 실적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죠. 이런 소식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곳은 ‘주식시장’이며, 주가가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전환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처음에는 반신반의합니다. 아직은 투자자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거죠.
실제 증권가에서 목표주가를 낮춘 시기는 10월 초입니다. 이후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증권가는 추가로 목표주가를 하향했죠. 우리가 주가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의심을 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가보다 확실한 신호를 주는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대가들이 ‘시장에 겸손하라’고 하는 이유기도 하죠.
추가로 봐야 할 주가 특징은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것입니다. 원익QnC는 업황 개선과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이에 주가가 6월 초까지 강하게 상승했죠. 그러나 미래 전망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조정을 받았어요. 그러다 의심이 확신이 되고 주가는 강하게 하락했죠. 그리고 그 확신이 실제 실적 발표를 보면서 확인했고요. 문제는 실제 실적 발표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다는 점이죠.
정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주가 움직임을 보면서 ‘근거’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근거에 의해서 주가가 움직였는지 살펴봐야죠. 물론 그 근거의 근본은 ‘실적’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실적이 좋게 나올 것이다’ 또는 ‘부진할 것이다’로 결론이 나야 합니다. 투자 판단은 이 결론을 중심으로 내려야 하기 때문이죠.
또, 주가와 실적의 시차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시차를 생기게 만드는 건 ‘기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고요.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이 원리 속에 ‘오해’를 찾아내 매수를 할 것인지 매도를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번 원익QnC 3분기 실적에 대해 오해하면 안됩니다. 표면적으로 성장한 3분기 실적과 주가 하락세를 보고 ‘매수’를 외쳐서는 안됩니다. 지금 하락세를 매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이제 3분기 실적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다른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 원익QnC에 대한 투자는 미루어야 합니다.
근거를 찾는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는 증권가 리포트를 보는 것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애널리스트가 분석한 리포트가 가장 유용한 정보입니다. 이 리포트와 데이터를 기준으로 뉴스를 추가로 찾아보면 될 것입니다.
하나증권은 18일 원익QnC 리포트를 발간했는데요. 제목은 ‘과도한 하락 구간 진입’입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에 대해 “영업이익 부진은 ①모멘티브 매출 감소와 믹스 악화 ②국내와 대만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율 상승 ③고객사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세정부문 가동률 하락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어요.
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쿼츠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모멘티브를 비롯한 타 사업부문 매출은 전분기대비 증가할 전망이다”고 분석했어요.
이어 “4분기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영업이익률은 10%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반도체 제조사의 보수적인 투자와 유틸리티 비용 증가 등 부정적인 영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원익QnC는 내년 ①대만 고객사와 글로벌 장비사향 공급 품목 확대 ②세정 부문 고부가 제품 중심 믹스 개선 등을 통해 타 파츠사 대비 실적 차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어요.
주가에 대해서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투자 기조가 과거 대비 보수적으로 변했고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 확대로 전반적인 반도체 업종 주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원익QnC 현재 주가는 PBR 기준 역사적 최저점 구간에 진입해 있다”고 분석했어요. 이어 “추후 반도체 업종 반등 구간에서 여타 종목 대비 아웃퍼품(Outperform)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어요.
리포트를 보면 현재 원익QnC의 매력은 ‘역사적 최저점인 PBR’로 정리할 수 있어요. 주가 반등 요인으로는 ‘반도체 업종 반등’인데요. 업종 반등이 된다면 다른 종목에 비해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예요. PBR 기준 저평가된 주가 수준이 나름 확실한 부분이고요.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투자 판단은 결국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견에 의해 갈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