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코스피·코스닥, 5% 넘게 급락하며 ‘오천피’ 붕괴
- 금·은·비트코인까지 동반 폭락
- 증권가 “밸류에이션 매력 여전…조정은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퍼졌다. 국내 증시는 2일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26%(274.69포인트) 폭락한 4949.6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달성했던 ‘오천피’(5000선)를 단 4거래일 만에 내준 것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4.44%(51.80포인트) 급락한 1098.36을 기록했다. 장중 코스피는 한때 4933.58까지 밀리며 5%대 낙폭을 기록했고, 낮 12시 31분에는 올해 첫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외국인 5조 원 매도 폭탄…’워시 효과’에 시장 패닉
이날 증시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시 전 이사를 차기 Fed 의장 후보로 지명한 데 따른 충격이다. 워시는 매파적 인사로 분류되며, 그의 등장은 시장에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와 통화긴축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현물 3조2576억 원, 선물 1조7783억 원 등 총 5조 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4조5874억 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환율도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24원80전 오른 1464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인덱스는 전날 0.75% 상승한 96.85를 기록하며 위험 회피 흐름을 반영했다.
금·은 10% 이상 폭락…글로벌 자산시장 동반 급락
워시 지명 소식은 미국 증시에도 타격을 줬다. 지난달 30일 나스닥은 0.94% 하락했고, S&P500과 다우지수도 각각 0.43%, 0.36% 내렸다.
특히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한 것이 시장의 혼란을 더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하루 만에 11.38% 급락했고, 은 가격은 31.37% 폭락했다. 비트코인 역시 9개월 만에 7만 달러선까지 떨어지며 암호화폐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은 워시를 그간 후보로 거론된 다른 인사에 비해 ‘매파적 비둘기파’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막판까지 경합한 것으로 알려진 릭 라이더 블랙록 CIO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비둘기파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시는 누구? “양적완화 반대” 이력…쿠팡 이사직도
케빈 워시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Fed 이사를 지낸 인물로, 월가와 정부를 오간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시절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체제에서 금리 추가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2011년 2차 양적완화(QE)에 반대하며 임기를 7년이나 남겨둔 채 사임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쿠팡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 기준 쿠팡 주식 47만 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130억 원 규모다. 다만 Fed 의장으로 임명될 경우 개별 기업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 처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파 아니라 정치적 동물” vs “탁월한 선택”…엇갈린 평가
워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노벨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워시를 ‘매파 아니고 정치적 동물’이라 비판하며, 민주당 정권 때는 긴축을 주장하다가 트럼프 지지자가 된 후로는 금리 인하를 옹호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는 “워시는 탁월한 선택”이라며 “그는 Fed 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일 때의 위험과 지나치게 긴축적일 때의 위험을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워시의 최근 발언들은 과거 매파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는 AI를 통한 생산성 개선이 디스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Fed가 기준금리를 더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증권가 “과도한 우려 경계…밸류에이션 매력 여전”
증권가에서는 워시 지명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에 대해 확실히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면모를 보면 마냥 ‘매파적’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그가 과거에 했던 주장을 보면 ‘결국 물가상승은 AI 등 기술 혁신이 잡을테니 Fed는 금리인하로 기술혁신 투자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며 “고용증대와 물가안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위험선호도 자극의 가장 좋은 조합으로 나쁘게만 반응할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증권가는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기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4배에 불과하다”며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이익추정치도 대폭 상향돼 코스피는 여전히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코스피 상승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워시 지명이 차익실현의 트리거가 됐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밸류에이션 측면에선 여전히 안정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인준 절차 순탄치 않을 전망…틸리스 의원 반대 가능성
워시의 Fed 의장 취임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이 파월 의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완전히 투명하게 해결될 때까지 반대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어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절차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공화당 전원이 찬성해야 통과가 가능하다. 틸리스 의원이 반대할 경우 최소 통과 기준인 13표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시장은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적 대비 여전히 저렴한 밸류에이션,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등을 고려하면 조정 국면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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