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주식시장에서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건강보험사인데, 올해 주가가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1월 27일 기준으로 유나이티드헬스 주가는 329.71달러를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35%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다우존스 지수에 포함된 30개 종목 중에서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 지수는 11.88% 올랐으니 격차가 상당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나이티드헬스의 위기는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시작됐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지난 11월 4일에 일어났다. 보험 부문을 총괄하던 CEO 브라이언 톰슨이 회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 관행에 불만을 품은 사람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이 사건이 터지자 미국 내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론은 회사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유나이티드헬스를 비롯한 미국 보험업계가 지나치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 법무부는 이후 회사에 대한 두 가지 조사를 시작했다. 보험 부문의 공공의료 지불금 부정 수급 의혹과 의료서비스 부문인 옵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다.
실적도 문제였다.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1132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4% 늘었지만, 정작 영업이익은 43억 달러로 53.3%나 급감했다. 주당순이익도 7.15달러에서 2.92달러로 뚝 떨어졌다.
회사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으로 미국 공공보험 프로그램 가입자를 늘렸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나서 가입자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병원을 찾으면서 의료비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보험료 대비 의료비 지출 비율을 나타내는 MCR이 2022년 82%에서 올해 89.9%까지 치솟았다. 영업이익률은 1년 사이 8.6%에서 3.8%로 반 토막이 났다.
그런데 워런 버핏은 왜 샀을까
이렇게 온갖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움직였다. 올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에서 은퇴하는 버핏은 2분기에 유나이티드헬스 주식 504만 주를 매수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조원 규모다.
버핏은 그동안 건강보험 투자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재보험이나 손해보험 쪽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직접 사업을 하면서도 건강보험만큼은 거리를 뒀던 것이다. 그런 버핏이 유나이티드헬스를 샀다는 소식에 시장은 주목했다. 가치투자의 대가가 주가 정상화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투자자들도 버핏의 행보를 따라갔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유나이티드헬스 주식을 7억 1852만 달러어치나 순매수했다. 해외주식 단일 종목으로는 7위 규모다. 테슬라 순매수액보다도 많다.
버핏이 본 투자 포인트는 명확해 보인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12개월 선행 PER이 15배인데, 최근 10년 평균인 22배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 배당수익률도 2.8%로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시가총액만 439조원에 달하는 세계 보험업계 1위 기업이다. 2위인 중국 차이나생명보험과의 시총 격차가 70%나 된다.
연 매출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 상장사 중 5위이고, 미국에서는 월마트와 아마존 다음이다. 보험사부터 병원, 의약품 유통, 컨설팅까지 제약을 제외한 의료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구조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문제는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힐 애널리스트는 “버크셔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없는 인내심이 있다”며 “3년 이상을 바라봤을 때는 유나이티드헬스 주가가 매력적일 수 있지만 향후 2년간은 수익성 측면에서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한투자증권 임희연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만약 미 법무부가 유나이티드헬스케어와 옵텀의 수직계열화 모델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면 기업의 펀더멘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관망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사 경영진도 2026년 이후에나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3분기 실적 발표 때 공식적인 매출이나 수익 전망은 아예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내년에만 공공보험 가입자 100만 명을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가 애널리스트 21명의 평균 목표주가는 393달러다. 현재 주가 대비 19.48% 정도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21명 중 17명은 매수 의견을 냈고, 3명은 보유, 1명만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초장기 투자자를 위한 종목
유나이티드헬스 투자는 분명히 초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버핏처럼 3년 이상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과 그동안의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나 적합해 보인다.
회사의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여전히 탄탄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건강보험사이고, 보험부터 병원까지 수직계열화된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 저평가된 밸류에이션과 괜찮은 배당수익률도 장기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다만 정부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의료비용 상승 추세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단기 수익을 기대하거나 리스크를 피하고 싶다면 최소한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오고 2026년 실적 가이던스가 제시될 때까지는 기다려보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투자는 결국 본인의 판단과 책임이다. 버핏이 샀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갈 필요는 없다.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표 수익률, 투자 기간을 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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