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국내 게임 이용률이 50.2%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9.7%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2015년부터 이런 통계를 내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마이너스 6.8%를 기록했다. 팬데믹 때 집에서 게임 많이 하던 시절이 지나고 나니, 본격적으로 하락세가 시작된 것 같다.
넷플릭스 보느라 게임할 시간이 없다
게임 이용률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간 부족이다. 게임을 하던 사람 중 44%가 시간이 없어서 게임을 덜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그럼 뭐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86.3%가 OTT나 TV, 영화,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 콘텐츠를 본다고 답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피곤한데, 게임을 하려면 집중해서 조작도 해야 하고 머리도 써야 한다. 그런데 넷플릭스나 티빙을 켜면 그냥 누워서 편하게 볼 수 있다. 요즘 볼 게 워낙 많기도 하고. 능동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보다 수동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가 여가 시간을 빠르게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게임의 무서운 성장세
국내 게임 시장이 어려운 건 OTT 때문만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중국 게임 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의 게임 해외 수출액이 약 2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예전에는 중국이 게임 규제가 심한 나라로 유명했다. 그런데 요즘 중국은 자기네 전통문화를 게임에 접목하고, 최신 기술을 활용해서 고품질 콘솔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는 중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모바일 게임 중심의 내수 시장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이러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이 안에서는 OTT에 밀리고, 밖에서는 중국 게임에 밀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은 줄고 PC와 콘솔은 늘었다
재미있는 건 전체 게임 이용률은 떨어졌지만, 플랫폼별로 보면 다른 이야기가 보인다는 점이다.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89.1%로 여전히 가장 높긴 한데, 전년 대비 2.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PC 게임 이용률은 58.1%로 4.3%포인트 올랐고, 콘솔 게임도 28.6%로 1.9%포인트 상승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가볍게 게임하던 사람들은 아예 게임을 그만두고 영상 콘텐츠로 넘어갔다. 하지만 진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성능과 몰입감을 찾아서 PC나 콘솔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시장이 대중적인 시장에서 핵심 이용자 중심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리니지만 만들던 시대는 끝났다
이런 변화는 국내 게임사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게임 시장은 리니지 같은 MMORPG가 주류였다. 엔씨소프트나 위메이드 같은 회사들이 MMORPG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제는 다들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모바일 캐주얼 게임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인디고 그룹 지분 67%를 약 1534억원에 사들였고, 국내 스튜디오인 스프링컴즈도 인수했다. 유럽의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 인수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위메이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회사 위메이드맥스를 중심으로 모바일 캐주얼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중이다. 지난 7월에 출시한 악마단 돌겨억!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스토어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넷마블이나 펄어비스 같은 회사들은 콘솔 게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고품질 콘솔 게임을 준비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MMORPG의 수익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
게임사들이 왜 이렇게 방향을 바꾸는 걸까.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유가 명확하다. MMORPG는 결국 과금이 곧 성장이라는 리니지식 수익 모델에 갇혀 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캐주얼 게임은 유료 결제가 아니라 광고를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임 안에서 광고를 보여주고 그 광고비로 돈을 버는 방식이다. 명확한 새로운 수익 모델이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실제로 센서타워 자료를 보면 MMORPG의 입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20년에는 전체 모바일 RPG 매출의 78.8%를 MMORPG가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56.2%로 떨어졌다. 불과 4년 만에 20% 넘게 줄어든 것이다.
위기이자 기회인 시점
한국 게임 산업이 어려운 시기를 맞은 건 분명하다. 국내에서는 OTT 서비스들과 여가 시간을 놓고 경쟁해야 하고, 해외에서는 중국 게임과 싸워야 한다. 그동안 잘나가던 MMORPG 장르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이 변화의 기회일 수도 있다. 게임사들이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하면서 새 길을 찾고 있다. PC와 콘솔 게임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진성 게이머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들을 위한 고품질 게임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있다.
앞으로 한국 게임 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MMORPG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는 지금의 움직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지는 앞으로 몇 년이 중요할 것이다. 분명한 건 한국 게임 산업이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 버핏 “투자 이렇게 해” 주식투자 ROE면 다 된다!
👉 코스피 급등했지만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해외주식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