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달러 환율이 장난이 아니다. 1470원대를 왔다 갔다 하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게 한국 방산업계에는 꽤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출하는 방산 기업들은 좋아하는데, 미국 무기 사야 하는 군 당국은 머리가 아프다는 얘기다.

방산 수출 기업들은 지금 호황

무기는 보통 달러로 거래된다. 그러니까 환율이 오르면 같은 금액을 받아도 원화로 환산하면 더 많은 돈이 되는 셈이다. 특히 국산 부품을 많이 쓰는 회사일수록 이득이 크다. 부품을 원화로 사서 완제품을 달러로 파는 구조니까 당연한 일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작년에 방산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는데, 여기에 환율 상승이 꽤 큰 역할을 했다. K9 자주포랑 천무 다연장로켓 같은 지상 무기 수출이 잘됐는데, 작년 평균 환율이 1363원 정도로 전년보다 60원 이상 올랐다. 지상 방산 분야에서만 수출이 3조8847억원이나 됐다고 한다.

현대로템도 상황은 비슷하다. K2 전차 수출로 작년에 최고 실적을 찍었는데, 방산 부문 매출이 2조3652억원, 영업이익은 5632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9.8%, 영업이익은 무려 254.1%나 늘었다. 수출액만 봐도 1조59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 증가했다. 현대로템 측에서도 환율이 높아지면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인정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환율이 더 높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방산 기업들 실적이 더 좋아질 거라고 본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평균 환율이 달러당 1418원인데, 작년 연평균보다 54원이나 높다. 게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출하는 나라가 더 늘어났고, 현대로템은 내년부터 폴란드 2차 계약 물량을 보내야 한다.

키움증권 이한결 선임연구원은 1400원대 환율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다면서, 국산화율 높은 업체들은 계속 실적이 좋을 거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가 만드는 K9 자주포는 국산화율이 86%, 천무는 90%나 된다. 현대로템 K2 전차 수출용도 84% 정도 국산화됐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군은 부담이 커진다

문제는 우리 군이다. 미국 무기를 사야 하는 입장에서는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문을 보면, 한국이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 그러니까 약 37조원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FMS 방식 사업만 해도 5건에 54억3000만 달러, 약 8조원 규모다. 올해 말 계약 예정인 것만 패트리어트 미사일 성능개량 같은 거 2건인데 19억7000만 달러 정도 된다. FMS 사업은 보통 몇 년에 걸쳐서 매달 조금씩 돈을 내는 방식이라 환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방위사업청 쪽 얘기로는 FMS는 그나마 다른 데서 받은 달러로 낼 수도 있고 결제 시점을 조정할 수도 있어서 영향이 덜하다고 한다. 하지만 상업 구매 방식으로 가면 환율 영향이 더 크다. 그래도 환차손 줄이려고 협상은 할 거라고 한다.

결국 국산화가 답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수출하는 방산 기업들은 환율 덕을 톡톡히 보고 있고, 무기 사야 하는 군은 예산 압박을 받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무기를 더 많이 개발하고 국산화율을 높이는 게 환율 변동에 덜 흔들리는 방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현대로템 같은 회사들이 계속 기술 개발하고 수출도 늘리면서,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 넓혀가는 모습이다. 환율이 높은 지금이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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