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자산주들이 하나둘씩 주목받고 있다. 자산주라는 게 뭐냐면, 쉽게 말해서 땅이나 건물 같은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들을 말한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회사들이 주목받는 걸까?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2024년 9월 기준으로 통화량이 전년 대비 8.5%나 늘어났다고 한다. 무려 4,430조 원이다. 이 정도 증가폭은 2022년 6월 이후로 가장 큰 수치라고 하니, 시중에 돈이 정말 많이 풀렸다는 얘기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렇게 늘어난 돈이 결국 어디론가 흘러가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들의 자산 가치도 덩달아 올라갈 거라는 기대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오른 회사들을 보면
서부T&D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서울 드래곤시티 같은 호텔이나 인천 스퀘어원 같은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26.74%나 올랐다. 특히 용산구 나진상가 쪽에 큰 땅을 가지고 있어서 대표적인 자산주로 꼽힌다.
아이에스동서도 비슷하다. 경산이나 울산 쪽에 큰 땅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데, 한 달 사이에 19.42% 올랐다. 이 회사가 재미있는 게, PBR이라는 지표가 0.43배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건 회사가 가진 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훨씬 낮다는 뜻인데, 아이에스동서는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이 회사의 재고자산 가치가 1조 3,000억 원 정도 되는데 시가총액은 6,309억 원에 불과해서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천일고속이다. 서울시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대규모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천일고속이 이 터미널 지분 16.7%를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이 소식이 나오자 주가가 한 달 만에 9배나 뛰었다. 같은 터미널 지분을 0.17% 가진 동양고속도 518.89%나 올랐고, 근처에 땅을 가진 대성산업도 41.94% 상승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관점
유진투자증권 류태환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조금 반등하고 있긴 하지만 통화량이 늘어서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는 기조를 이어가면 상장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IBK투자증권 조정현 연구원은 조금 더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단순히 땅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땅을 실제로 개발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도심 핵심 입지에 있는 유휴부지의 개발 가시성이 높아지면 시장에서 주가가 강하게 재평가받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류태환 연구원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보유 부지를 분양 상품으로 개발하면 회계기준상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고, 영업실적도 개선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목할 만한 회사들
조정현 연구원이 꼽은 회사 중에 롯데칠성이 있다. 롯데칠성이 서울 서초동에 가지고 있는 땅의 가치가 최대 4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 최고 250m 수준의 고밀도 복합업무시설을 개발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림지주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림지주는 100% 자회사인 하림산업을 통해 양재동 부지에 물류와 주거, 업무를 결합한 복합단지를 개발하려고 한다. 양재동이 강남권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투자할 때 봐야 할 것들
자산주에 투자하려면 몇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선 PBR 같은 지표를 봐서 회사가 가진 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저평가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 회사가 가진 땅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큰지도 중요하다. 도심 핵심 지역에 큰 땅을 가지고 있을수록 개발 가치가 높다.
개발 계획이 구체적인지도 봐야 한다. 막연하게 땅만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실제로 개발 계획이 진행 중인 회사가 더 확실하다. 물론 회사의 재무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부채가 너무 많거나 현금흐름이 안 좋으면 아무리 좋은 땅을 가지고 있어도 개발이 어려울 수 있다.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자산주 투자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개발 계획이 있어도 인허가가 안 나오거나 자금 문제로 지연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도 정책이나 금리 변화에 따라 급변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자산주 투자는 보통 시간이 걸린다. 땅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개발이 진행되려면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많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
2025년 들어서도 풍부한 유동성과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 자산주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 도심 같은 핵심 지역에 땅을 가지고 있고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있는 회사들은 앞으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모든 자산주가 똑같이 오르는 건 아니니까, 각 회사의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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