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눈에 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11월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14조원이 넘는 돈을 빼갔는데, LG그룹 주식만큼은 오히려 열심히 사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이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에 LG그룹 계열사가 무려 3개나 들어가 있다. LG씨엔에스가 1,526억원으로 가장 많이 매수됐고, LG화학이 1,377억원, LG이노텍이 1,003억원 순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575억원 정도 순매수되면서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에서 8조 7천억원, 삼성전자에서 2조 2천억원을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반도체 대장주에서 빠져나온 돈이 LG그룹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주 급등 후 찾아온 조정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SK하이닉스는 108%나 올랐고, 삼성전자도 54% 상승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LG화학과 LG이노텍은 43%, LG에너지솔루션은 34% 오르는 데 그쳤다. LG씨엔에스는 아예 2.5% 떨어지기까지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반도체주에서 수익을 실현한 뒤,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이나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LG그룹 주식들은 이달 들어 1.7%에서 12.5% 정도 주가가 빠졌는데, 외국인들은 이걸 저점 매수 기회로 본 것 같다.
LG그룹이 주목받는 세 가지 이유
첫 번째는 화학과 전지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다. 유안타증권 자료를 보면 올해 말 기준으로 LG그룹 전체 투자의 70% 정도가 화학과 전지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계속 성장할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주주환원 정책이다. LG그룹 계열사 8곳이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는데, 내용이 꽤 공격적이다. 지주사인 LG는 내년 상반기에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예정이고, LG전자도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올해만 해도 LG,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이 총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LG는 9월에 1,542억원 규모로 중간배당도 실시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세 번째는 수익성 개선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LG전자는 2027년까지 ROE 10% 이상, LG이노텍은 2030년까지 15% 이상, LG화학은 2028년까지 10%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ROE는 자기자본이익률로, 회사가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이익을 내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그룹의 수익성이 올해 들어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화학과 전지 부문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조심할 부분은 있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화학 부문 실적이 부진한데도 연간 1조원 수준의 설비투자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LG화학은 재무 부담 때문에 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재무관리를 하고 있다.
공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설비 통합이나 감축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무구조 변동 상황도 계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
외국인들이 반도체주에서 LG그룹주로 관심을 돌린 건 단순한 순환매가 아니라 나름의 계산이 있어 보인다. 반도체주가 급등한 뒤 조정을 받는 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고 주주환원도 강화하는 LG그룹주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103억원, LG전자는 18억원 정도 순매수됐는데, 상위 4개 종목에 비하면 관심이 덜했다. 외국인들도 LG그룹 내에서도 종목을 선별해서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LG그룹 계열사는 우선주를 제외하고 10개 정도 된다. LG,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씨엔에스,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전자, LG헬로비전, LG화학 등이다. 이 중에서도 화학과 전지 부문 관련 종목들에 자금이 집중된 게 눈에 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기업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주가 흐름을 보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반도체주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에서 다음 상승 종목을 찾다 보니 LG그룹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투자를 고려한다면 LG그룹의 실적 개선 흐름과 주주환원 정책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특히 화학 부문의 구조조정과 재무 상황 변화는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 깊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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