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재테크’를 내세워 고수익을 약속한 뒤 투자금을 가로채는 이른바 ‘아트테크’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2030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아 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술품 투자 미끼로 수백억원 편취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고수익과 원금 보장을 내걸고 투자금을 모은 뒤 돈을 돌려주지 않은 미술중개업체 A사 대표 B씨와 모집책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A사 관련 고소장이 150여 건 접수되면서 강남서는 최근 서울 삼성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A사 법인 계좌에는 최소 6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인 최모씨(30)는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40회에 걸쳐 3억원을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놓였다. 최씨는 “미술품 전시와 경매에 관심이 있던 중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를 듣고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A사는 지난해 말부터 ‘건물 매각 지연’, ‘전산 오류’, ‘계좌 가압류’ 등의 이유를 들어 투자금 변제를 미루고 있다.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식 폰지 사기 수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 겨냥한 교묘한 접근
아트테크 사기 피해자는 2030세대가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경험과 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에게 ‘소액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해 돈을 가로채기 쉽기 때문이다.
A사 모집책들은 SNS DM으로 2030세대에게 주로 접근했다. 미술품과 부동산 사진, 사업 소개서를 보여주며 신뢰를 쌓은 뒤 “최소 연 6%에서 최대 16%의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 상품”이라며 투자를 유도했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모집책들은 정식 보험 상품까지 함께 판매하며 “VIP에게만 알려주는 원금 보장형 금융 상품이며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1억원을 뜯긴 20대 김모씨는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하고 1금융권 대출까지 받아 A사에 투자했지만 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갤러리, 호텔 등 부동산만 여섯 곳 있다고 설명했다”며 “미술품 투자 경험담을 들려주며 수억원의 차익을 낸 사람도 많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미술시장 성장세 악용한 사기 확산

절세 효과와 일부 작품의 고가 낙찰 사례로 미술품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아트테크 사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2019년 3812억원에서 2023년 8696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갤러리K, 지웅아트갤러리, 서정아트센터 등의 유사 아트테크 사기가 연달아 발생했다. B씨가 직원으로 근무한 갤러리K는 미술품 소유권 조각 투자를 내세워 10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였다. 지웅아트갤러리 사건은 지난 3월 1심에서 주범에게 징역 23년형이 선고됐다.
전문가 “비현실적 고수익 약속 의심해야”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 사기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지훈 법무법인 심앤이 변호사는 “미술품 자체가 나쁜 투자 대상은 아니지만 연 10% 이상 수익을 보장한다면 정상 금융상품일 수 없다”며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회초년생 등을 노린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투자 사기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비현실적인 고수익 약속을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특히 월 5%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거나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투자는 대부분 사기로 봐야 한다.
투자자 본인 명의가 아닌 계좌로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100% 사기다. 정상적인 금융투자 상품이라면 반드시 투자자 본인 명의 계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투자 권유를 받으면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을 통해 해당 업체가 정식 등록된 금융투자회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나 금융감독원에 투자자문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의 투자 권유는 불법이다.
또한 투자 결정 전 반드시 가족이나 지인, 금융 전문가에게 상담을 구해봐야 한다. 사기꾼들이 ‘비밀 보장’을 요구하며 다른 사람과의 상담을 막으려 할 때는 더욱 의심해야 한다.
피해 발생시 즉시 신고 필요
투자 사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경찰서(112)와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해야 한다. 거래 내역 스크린샷, 투자 권유자와의 대화 기록, 투자 계약서, 송금 증빙 등 관련 증거 자료를 철저히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감독원 내 불법사금융 신고센터와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를 통해서도 신고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AI 기술을 악용한 더욱 정교한 사기 수법들이 등장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누군가 특별한 투자 기회를 제안한다면 일단 의심하고 충분히 검증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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