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말이라 배당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리츠 종목들도 덩달아 오르는 분위기인데,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만 유독 힘이 없다. 아니, 힘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올해 들어 35%나 떨어졌다.
배당은 꼬박꼬박 잘 주는데 주가는 왜 이렇게 떨어지는 걸까? 알고 보니 이 회사가 주는 배당금이 사업으로 번 돈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돈을 까먹으며 주는 거였다. 쉽게 말해서 제 살을 깎아서 배당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만 35% 빠진 주가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주가는 작년 말만 해도 2000원이 넘었다. 그런데 지금은 1320원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 127원, 하반기에 127원씩 배당을 줬지만 주가가 워낙 많이 떨어져서 연초에 산 사람들은 배당 받아도 결국 손해를 봤을 것이다.
같은 기간 다른 리츠 ETF들은 어땠을까?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는 11.8% 올랐고,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는 8.9% 올랐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만 혼자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이 리츠는 미국 정부 기관이 장기로 빌린 오피스 건물 같은 곳에 투자한다. 정확히는 USGB, PRISA, USCP라는 미국 부동산 펀드 3곳에 돈을 넣는 재간접 방식이다. 이 펀드들이 수익을 내면 그걸 배당으로 돌려주는 구조다.
상장할 때 회사 측은 공모가 3000원 기준으로 배당률 8.5%를 확정했다고 홍보했다. 계산해보면 반기마다 111억원 이상은 벌어야 이 정도 배당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땠을까? 회사가 공시한 자료를 보면 반기마다 고작 30억원 정도만 벌었다. 투자한 3개 펀드의 수익률도 좋을 때 1~2% 정도고, 나쁠 때는 마이너스였다.
자본금을 깎아서 배당을 준다고?
수익은 얼마 안 나는데 배당은 계속 줘야 하니 회사가 꺼낸 카드가 있었다. 바로 주식발행초과금을 배당 재원으로 쓰는 것이다. 회사가 처음에 모은 돈의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옮겨서 배당을 주는 방식이다.
그 결과 회사의 주식발행초과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25년 2월에 1096억원이었던 게 8월에는 1056억원이 됐다. 반대로 결손금은 336억원에서 511억원으로 늘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회사가 실제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자본금을 조금씩 까먹으면서 배당을 준다는 것이다. 월급이 부족한데 저축을 까먹으면서 생활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젠가 배당할 돈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배당은 받지만,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관계사들은 돈을 잘 번다
흥미로운 건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는데 신한금융그룹 관계사들은 꾸준히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캐피탈은 이 리츠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줬는데, 여기에 연 4.8% 이자를 받는다. 신한리츠운용은 자산을 운용하면서 수수료를 받고, 신한은행은 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면서 또 수수료를 받는다.
리츠가 돈을 벌든 못 벌든 관계사들은 이자와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겨간다.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배당주 투자할 때 꼭 봐야 할 것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사례는 배당주 투자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배당률만 높다고 무조건 좋은 투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배당을 줄 때 가장 중요한 건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다. 회사가 실제로 사업을 해서 번 돈으로 배당을 주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자본금을 까먹으면서까지 배당을 준다면 이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영업이익이 배당금보다 작다면 빨간불이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다는 건 버는 것보다 더 많이 배당으로 나눠준다는 뜻이니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배당을 줄이거나 끊을 수밖에 없다.
투자하는 자산이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의 경우 미국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데, 이 펀드들의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배당을 꾸준히 주는데도 주가가 계속 떨어진다면 시장이 뭔가 문제를 감지했다는 신호다.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
미국 부동산 시장의 영향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만큼 미국 부동산 시장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은 고금리 상황이었고, 이게 부동산 시장에는 좋지 않았다.
오피스 빌딩의 경우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줄었다는 이야기도 많다. 미국 정부 기관이 임차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자산 가치나 수익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리츠들은 어떨까?
모든 리츠가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처럼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올해 다른 리츠 ETF들이 상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좋은 리츠는 보통 우량한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고, 임대율이 높아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나온다. 그리고 그 수익으로 배당을 주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다.
반면 문제가 있는 리츠는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공실률이 높거나, 자본금을 까먹으면서 배당을 준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가 바로 후자의 경우다.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고민이 클 것이다. 손절을 할지, 아니면 배당이라도 받으면서 버틸지 판단해야 한다.
주식발행초과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앞으로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해봐야 한다. 현재 속도로 자본금이 줄어든다면 2~3년 내에 배당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가 내려가고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부동산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불확실한 요소다.
현재 시가 기준으로 배당률이 거의 10%에 가까운데, 단기적으로 배당만 받고 나올 생각이라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가가 더 떨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배당주 투자의 본질
배당주 투자의 본질은 회사가 실제로 번 돈을 나눠받는 것이다. 회사의 자본금을 깎아서 받는 게 아니다.
높은 배당률에 현혹되지 말고, 그 배당이 지속 가능한지를 봐야 한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지, 그 수익으로 충분히 배당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시가배당률 8.5%라는 매력적인 숫자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그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 배당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고, 결국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당주 투자를 할 때는 배당률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성, 배당 재원, 사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단기적인 높은 배당에 혹해서 투자했다가 원금 손실이 더 크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배당주는 꾸준히 돈을 벌면서 그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는 회사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아쉽게도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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