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소비습관이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60대는 소득이 늘었음에도 소비를 줄이는 ‘절약형’ 패턴을, 2030 세대는 소비 여력 자체가 감소하는 ‘위축형’ 패턴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돈 안 쓰는 60대 vs 돈 못 쓰는 2030”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발표한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과 2024년을 비교한 결과 60대의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 비중)이 69.3%에서 62.4%로 6.9%포인트나 급감했다. 이는 전 세대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면 2030 세대는 월평균 소비액이 2014년 257만원에서 2024년 248만원으로 9만원 줄어들어 실질적인 소비 위축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3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소비지출이 비례해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동한 산업연구원 박사는 “고령화, 소득문제 외에도 ‘돈을 덜 쓰는 습관의 변화’가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소비 구조도 완전히 바뀌어

소비 구조 자체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 10년간 지출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항목은 보건(2.6%포인트), 오락·문화(2.4%포인트), 외식·숙박(0.7%포인트), 주거·수도(0.7%포인트) 순이었다.
반대로 식료품·음료(-2.3%포인트), 의류·신발(-1.6%포인트) 등 전통적 생필품과 교육(-0.9%포인트) 지출은 크게 줄었다. 1인 가구 증가, 가정간편식 보편화, 온라인 구매 확산, 중고·공유경제 성장,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세대별 소비 트렌드:
- 30대 이하: 집에서 먹는 식비 3.9%p 감소, 외식·숙박(3.1%p)과 오락·문화(3.1%p) 급증
- 40대: 헬스장, 스크린골프 등 ‘자기 만족형 소비’ 확대
- 50대: ‘나를 위한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
- 60·70대: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악기, 사진, 취미활동 지출 급증
전문가들 “단기 부양책으론 한계”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소비부진은 단순한 불황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인구·소득·심리 변화로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라며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활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금융연구원도 2025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며, 재정정책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점검과 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자 부담 가구 중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경기 회복세 강화와 민간 고용시장 안정화를 통해 가계 소득 및 소비심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선 후보들 소비 진작 공약 경쟁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하면서도 접근 방식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적극적 재정 투입’ 전략
이재명 후보는 TV 토론에서 “단기적으로 당장 서민 경제가 너무 어려워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집권하게 되면 곧바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서민, 내수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핵심 정책은 ‘코로나 대출 종합대책’이다. 기존 코로나 대출에 대한 상환 유예나 연장에 더해 채무 조정부터 탕감까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저금리 대환대출을 활성화하고 중도상환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면제해 이자 부담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자영업자가 본 피해를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국가가 정책자금대에 대해 일정 부분 탕감해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 진작을 위해 국고 지원으로 지역화폐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지역화폐의 경우 행정안전부가 관할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면 각 지자체 소속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금리 전문 인터넷뱅크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한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육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중장기 정책으로 제시하면서, 경제 대전환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구조조정과 감세’ 전략
김문수 후보는 “소비 진작을 위해 확실하게 많이 지원하고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겠다”며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건설업이 매우 어려운데 이에 대해서도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의 핵심 정책은 ‘소상공인 응급지원 3대 패키지’다. 이 중 ‘생계 방패 특별 융자’는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책이다. 새출발기금을 확대해 원금 일부 탕감 등을 통해 과도한 부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소상공인을 위한 국책은행 설립을 통해 ‘서민금융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소상공인 지원 금융을 하나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소비 촉진을 위해서는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을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에서 더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또한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판갈이하겠다”며 “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마음 놓고 사업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 혜택을 많이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70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 정책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생산성 중심’ 접근
이준석 후보는 정부의 돈풀기식 정책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돈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했다. 경제성장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수요를 억지로 부풀려선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고물가, 저성장 상황에서 무작정 돈을 풀면 자영업자는 재료비와 임대료 부담만 커진다”며 “지역경제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을 자율조정하도록 하고 자영업자의 숨통을 트겠다. 돈풀기가 아닌 교육과 생산성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일회성 대책보단 구조적 개혁을”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재정 투입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트렌드 전문가들은 2025년 소비 트렌드로 ‘큰 한방보다는 디테일함에 집중’할 것을 권하며, 소비자들의 개인 맞춤형 요구와 합리적 소비 성향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픈서베이와 유로모니터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집에서” “즐겁게” “나를 위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트렌드를 보이며, 충동 구매는 줄어들고 계획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근본적 해결책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소비 위축 현상이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일회성 재정 투입보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 세대별 맞춤형 정책 설계의 필요성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활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60대의 ‘절약형’ 소비와 2030세대의 ‘위축형’ 소비가 서로 다른 원인과 해결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60대의 경우 소득이 늘었음에도 소비를 줄이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노후 준비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개혁,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 노인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노후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2030세대는 실질 소득 감소와 주거비 부담 등으로 소비 여력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들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주거비 부담 완화, 교육비 부담 경감 등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2. 구조적 접근을 통한 근본 원인 해결
신동한 산업연구원 박사가 지적한 ‘돈을 덜 쓰는 습관의 변화’는 단순히 경기 부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저출산·고령화, 소득 양극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2040년대에는 0% 내외까지 하락할 전망”이라며 “진입장벽과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는 등 생산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단순히 소비를 늘리는 것보다는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여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규제 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생산성 개선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현대경제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경기 회복세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민간 고용시장 안정화를 통해 가계 소득 및 가계 소비심리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자리의 질과 소득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단순히 돈을 풀어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리는 것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지속적인 소득 증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 친환경 산업 육성, 첨단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4. 재정·금융·산업 정책의 통합적 접근
한국금융연구원은 “재정, 금융, 산업 등 모든 부문에서 장기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조합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는 단순한 현금 지원보다는 교육, 연구개발, 인프라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 정책으로는 혁신 기업과 창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가계부채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실물경제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산업 정책으로는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신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5.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는 새로운 성장 모델
김난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트렌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행동 양식 자체가 변화했음을 강조한다. ‘옴니보어(잡식성) 소비’, ‘토핑경제’, ‘물성매력’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과거의 대량 생산·대량 소비 모델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오픈서베이와 유로모니터의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집에서” “즐겁게” “나를 위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패턴을 보이며, 충동 구매는 줄어들고 계획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단순히 가격 경쟁보다는 고객 맞춤형 가치 제공에 집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제품 본연의 기능보다 추가적인 맞춤형 요소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개인화, 맞춤화, 경험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 문화 자체가 바뀌었다”
이번 분석 결과는 한국 사회의 소비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소비=성장’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진입한 것이다.
특히 60대의 소비 위축은 고령화 사회 진입과 맞물려 향후 내수 경제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30 세대의 소비 여력 부족도 경제 활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단기적 부양책과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세대별 소비 특성을 반영한 정책 설계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돈을 덜 쓰는 습관’으로 변화한 소비 문화에 맞는 새로운 성장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양가족연금, 몰라서 못 받는 월 2만원 ‘숨은 연금’ – Enrich Times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