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전자 주가가 요즘 정말 화제다. 엔비디아 협력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2배 넘게 뛰었으니까. 12월 5일만 해도 2,970원이었던 주가가 3거래일 만에 6,250원까지 올랐다. 지금은 좀 내려서 5,230원 정도인데, 그래도 여전히 엄청난 상승폭이다.
보통 이렇게 주가가 오르면 주주들은 다들 좋아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일반 주주들은 환호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환사채(CB)에 투자한 펀드들은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엔비디아 자회사에 납품하는 회사를 인수하다
성호전자가 인수하려는 회사는 에이디에스테크라는 곳이다. 200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광모듈 정렬 장비를 만드는데, 주요 고객이 엔비디아 자회사인 멜라녹스다. 작년 매출의 80~90%가 멜라녹스에서 나왔다니까 거의 전속 공급업체나 마찬가지다.
더 재미있는 건 이런 고사양 광모듈 정렬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전 세계에 딱 두 곳뿐이라는 점이다. 에이디에스테크와 피컨텍. 그런데 피컨텍이 작년에 중국에 인수되면서 에이디에스테크의 입지가 더 강해졌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에이디에스테크가 중요해진 셈이다.
이런 배경이 알려지면서 성호전자 주가가 급등한 거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엔비디아 테마주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니까.
전환사채 투자자들이 아쉬운 이유
그런데 CB 투자자들은 왜 아쉬워하는 걸까. 전환사채가 뭔지부터 간단히 설명하면, 이건 채권인데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는 거다. 만기까지 그냥 들고 있으면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서 팔아서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성호전자는 올해 7월에 CB를 두 번 발행했다. 16차에서 120억원, 17차에서 50억원, 총 170억원을 모았다. 전환가격은 1,150원으로 정해졌고, 이자는 연 5%와 4.5%다. 전환권은 2027년 2월과 8월부터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성호전자 주가가 5,230원이니까, 1,150원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면 1주당 4,080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거다. 예를 들어 20억원을 투자한 프라임자산운용 같은 경우는 이론상 80억원 정도의 수익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CB에 ‘콜옵션’이라는 게 100% 붙어있다는 점이다.
콜옵션이 뭐길래
콜옵션은 쉽게 말해서 회사가 원하면 채권을 미리 회수할 수 있는 권리다. 성호전자가 “우리가 돈 갚을게요” 하고 원금이랑 이자를 주면서 CB를 되사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전환할 기회를 잃게 된다.
성호전자가 발행한 CB는 콜옵션이 100% 붙어있다.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전액 다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CB 투자자들이 아쉬운 거다. 주가가 이렇게 올랐는데 정작 자기들은 주식으로 바꿔서 팔 수 있는 시기가 아직 안 왔고, 그 전에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그냥 이자만 받고 끝나는 거니까.
한 CB 투자자는 “이자 수익을 보고 들어간 투자라 100% 콜옵션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주가 상승보다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목표로 한 투자였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렇게 주가가 오르니까 아쉬운 마음이야 어쩔 수 없겠지.
성호전자는 정말 콜옵션을 행사할까
그럼 성호전자가 정말로 콜옵션을 행사할까? 행사하려면 170억원이랑 이자를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니까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거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성호전자의 과거 행보를 보면 좀 다르다. 작년에 발행한 11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해서 올해 10월에 콜옵션을 전량 행사해서 되샀다. 그때는 주가가 1,042원으로 전환가격 1,659원보다 낮아서 투자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는데도 회사가 먼저 회수했다.
이런 전례를 보면 이번에도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꽤 있어 보인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식 희석을 막고 싶을 테니까.
CB 투자할 때 꼭 봐야 할 것들
성호전자 케이스를 보면서 CB 투자할 때 뭘 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콜옵션 비율이다. 100%면 회사가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고, 비율이 낮을수록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할 기회가 많다는 얘기다.
전환가격도 중요하다. 지금 주가와 비교해서 얼마나 오를 여지가 있는지 봐야 한다. 성호전자처럼 전환가격 1,150원인데 주가가 5,000원 넘게 오르면 엄청난 차익인 거다. 물론 콜옵션 때문에 그 차익을 못 챙기게 될 수도 있지만.
만기 이자율도 봐야 한다. 성호전자 CB는 연 5%와 4.5%인데, 요즘 금리 환경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한테는 괜찮은 조건이다.
그리고 회사가 과거에 콜옵션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성호전자처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회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으니까.
주가 희석 가능성도 생각해야
만약 성호전자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170억원짜리 CB가 다 주식으로 전환되면 어떻게 될까. 1,478만주가 새로 생긴다. 지금 발행주식 수가 7,092만주니까 20.84%가 늘어나는 거다.
이렇게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된다. 주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는 콜옵션을 행사해서 주식 전환을 막고 싶어할 수 있다.
앞으로 성호전자는 어떻게 될까
당장의 CB 문제를 떠나서 성호전자의 중장기 전망은 어떨까. 에이디에스테크 인수가 성사되면 엔비디아 공급망에 확실히 들어가는 거니까 긍정적이긴 하다. 게다가 경쟁사가 거의 없는 시장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서 조정을 받을 수도 있고, CB 전환에 따른 희석 우려도 있다. 인수 자금 조달 방법과 시너지가 실제로 나올지도 지켜봐야 한다.
결국 디테일이 중요하다
성호전자 사례를 보면서 느낀 건 투자할 때 정말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거다. 같은 회사에 투자하더라도 일반 주식을 사는 것과 CB를 사는 건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특히 콜옵션 조건 하나로 수익 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일반 주주들은 이번에 큰 수익을 냈지만, CB 투자자들은 연 5% 정도의 이자만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80억원의 차익과 5%의 이자 수익, 그 차이가 바로 콜옵션 100%라는 조건 하나에서 나온 거다.
투자할 때는 숫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봐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사건이다. 성호전자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회사가 정말 콜옵션을 행사할지도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