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의 양극화 이야기 많이 하는데, 알고 보니 부자들끼리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좀 놀라운 내용들이 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가진 사람들을 보통 ‘부자’라고 하는데, 이 부자들 안에서도 300억원 이상 가진 초고자산가들의 자산이 유난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그냥 부자와 슈퍼리치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부자들의 돈, 어떻게 나뉘어 있을까
2025년 기준으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가진 부자들이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은 3,066조원이다. 이걸 자산 규모별로 나눠보면 재미있는 패턴이 보인다.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가진 ‘자산가’들이 1,111조원으로 전체의 36.2%를 차지한다.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545조원으로 17.8%를 가지고 있고, 300억원 이상 가진 ‘초고자산가’는 1,411조원으로 무려 46%를 보유하고 있다.
5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보면 변화가 확실하다. 당시에는 초고자산가 비중이 41.8%였는데 지금은 46%로 4%포인트 정도 늘었다. 반대로 자산가와 고자산가 비중은 각각 2%포인트씩 줄었다. 결국 돈이 많은 사람한테 더 많이 몰린다는 얘기다.
슈퍼리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초고자산가 숫자가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다. 2020년에 6,000명이었던 초고자산가가 2025년에는 12,000명으로 두 배가 됐다. 연평균 12.9%씩 증가한 거다.
같은 기간 고자산가는 24,000명에서 32,000명으로 연평균 5.8% 증가했고, 자산가는 324,000명에서 432,000명으로 연평균 5.9% 늘었다. 초고자산가 증가 속도가 다른 부자들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셈이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초고자산가는 20%나 증가했는데, 자산가는 고작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자들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자산 증가율도 차이가 크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초고자산가의 금융자산은 연평균 9.4%씩 늘었다. 반면 자산가는 6.2%, 고자산가는 4.9% 증가했다. 자산이 많을수록 더 빠르게 돈을 불린다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거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에는 한국 부자들이 가진 전체 부동산자산 1,735조원 중에서 자산가가 56.3%를 차지했다. 그런데 2025년에는 이 비중이 50.3%로 떨어졌다.
반대로 고자산가 이상 계층이 가진 부동산 비중은 43.7%에서 49.7%로 늘어났다. 거의 반반이 된 거다. 부동산자산 증가율을 보면 고자산가 이상은 연평균 14.3% 늘어난 반면, 자산가는 8.9% 증가에 그쳤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큰손들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프리미엄 부동산이나 수익형 부동산 같은 좋은 투자처는 이미 돈 많은 사람들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과 부자의 격차는 더 심각하다
부자들끼리의 양극화도 문제지만, 일반 국민과 부자 사이의 격차는 더 심각하다. 2025년 우리나라 가계 전체 금융자산이 5,041조원인데, 이 중에서 부자들이 가진 비중이 60.8%나 된다.
작년에는 58.6%였으니까 1년 만에 2.2%포인트 올라간 거다. 그런데 이 부자들 숫자는 47만 6,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92%밖에 안 된다. 전체 인구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가계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부자 숫자 자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1년에는 1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0.27%였는데, 15년 동안 연평균 9.7%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는 연평균 0.5%밖에 안 늘었으니까,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더 빠르게 돈을 버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투자 기회가 다르다. 초고자산가들은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프라이빗 에쿼티나 헤지펀드,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같은 고수익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복리 효과도 크다. 10억원의 10% 수익은 1억원이지만, 300억원의 10% 수익은 30억원이다. 같은 수익률이라도 원금이 크면 절대 금액이 훨씬 커지니까 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고액 자산가들은 프라이빗 뱅커(PB)로부터 맞춤형 투자 전략과 세금 최적화 방안을 제공받는다. 이런 전문 서비스를 받으면 당연히 수익률이 올라간다.
부동산 시장 구조도 한몫한다. 강남 프리미엄 부동산이나 대형 상업용 건물 같은 건 애초에 큰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자산들의 가치 상승률이 일반 주거용 부동산보다 높으니까, 이미 돈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된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KB금융 보고서는 이런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면서 승자독식 구조가 더 강화되고 있고,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문 자산관리 역량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세대 간 자산 이전, 그러니까 상속과 증여도 양극화를 심화시킬 요인이다. 부자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이미 큰 자산을 물려받아서 출발선 자체가 다르니까 말이다.
저성장 시대가 계속되면 자산 수익률 격차도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체가 느리게 성장하면 일반적인 투자 수익률은 낮아지는데, 좋은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책적으로는 과세 형평성을 강화하고 일반 투자자들도 양질의 투자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체계적인 자산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고,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게 좋다. 금융 공부도 꾸준히 해서 투자 지식을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 수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부자들이 더 빠르게 부자가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장기 투자 전략이니까 말이다.
정리하면
2025 한국 부자 보고서가 보여주는 건 명확하다. 우리 사회의 부의 양극화는 이제 부자와 일반인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부자들 안에서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거다.
300억원 이상 가진 초고자산가들의 자산은 지난 5년간 연평균 9.4%씩 늘었고, 숫자도 두 배로 증가했다. 전체 인구의 1%도 안 되는 부자들이 가계 금융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은 우리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자산 규모에 따른 투자 기회 차이, 복리 효과, 전문 자산관리 서비스 접근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보고서 전망대로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개인 차원에서는 더 똑똑하게 자산을 관리하고 투자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는 이런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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