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확 바뀌고 있다. 그동안 안전하게 돈을 굴리던 ETF 상품들을 대거 팔아치우고, 더 공격적인 상품으로 갈아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판 ETF 10개 중에서 무려 8개가 안정형 상품이었다. 10월 10일부터 11월 12일까지 약 한 달간의 거래 내역을 살펴본 건데,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3610포인트에서 4150포인트까지 올랐다. 대략 15% 정도 급등한 셈이다.
파킹형 ETF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정리 대상이 된 건 파킹형 ETF였다. KODEX CD금리액티브는 약 1300억원어치가 팔렸고, KODEX KOFR금리액티브도 300억원가량 순매도됐다. 파킹형 ETF라는 건 채권이나 우량 기업어음 같은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보통 시장 상황이 애매할 때 잠깐 돈을 보관해두는 용도로 쓰인다.
그런데 지금처럼 시장이 확실하게 오르는 분위기에서는 이런 상품에 돈을 묶어두는 게 아깝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 금리가 아무리 좋아봤자 주식 시장이 15%씩 오르는 걸 보면서 가만히 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배당주 ETF도 인기 없어졌다
배당을 주는 ETF들도 매도 리스트 상위권에 올랐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2호,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 같은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배당형 ETF는 원래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받으면서 천천히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 상품인데, 지금은 그것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들도 마찬가지였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나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 같은 상품들도 순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커버드콜 구조로 되어 있는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도 많이 팔렸는데, 이 상품은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줄여주지만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제한되는 구조라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매력이 떨어진다.
그럼 어디에 투자했을까
안정형 ETF를 판 돈은 대부분 지수를 따라가는 ETF로 옮겨갔다. 가장 대표적인 게 KODEX 200인데, 이 상품에만 무려 1조 300억원이 들어갔다. 코스피200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상품이니까, 시장이 오르면 같이 오르는 구조다.
재미있는 건 KODEX 200선물인버스2X 같은 상품도 3300억원이나 순매수됐다는 점이다. 이건 지수가 떨어지면 수익이 나는 상품인데,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 시장이 너무 많이 올라서 조만간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상승에 베팅하면서도 동시에 하락에도 대비하는 전략이랄까.
왜 이렇게 투자 성향이 바뀌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강세장이 시작됐다는 확신이 생긴 것 같다. 사실 안정형 ETF에 돈을 묶어두고 있으면 안전하긴 하지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큰 수익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만히 있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한 달 만에 15%나 오르는 걸 보면 더더욱 그랬을 테고.
ETF 시장 전체로 봐도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11월 11일 기준으로 국내에 상장된 ETF의 순자산 총액이 282조 5400억원을 기록했다. 280조원을 넘어선 건데, 이것만 봐도 ETF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280조원을 처음 넘어선 게 11월 3일이었는데, 중간에 시장이 좀 흔들리면서 270조원대로 내려갔다가 6거래일 만에 다시 280조원대를 회복했다.
이런 투자 전략이 맞는 걸까
물론 모든 사람이 지금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게 정답은 아니다. 시장이 오를 때는 다들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언제든지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특히 레버리지가 들어간 상품이나 인버스 상품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파킹형 ETF나 배당형 ETF가 지금은 인기가 없지만, 이런 상품들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 시장이 불확실할 때나 잠깐 쉬어가고 싶을 때, 또는 안정적인 수익을 원할 때는 여전히 유용한 선택지다. 투자라는 게 항상 공격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결국 중요한 건 본인의 투자 성향과 목표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남들이 다 공격적으로 간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갈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지금 시장이 좋은 건 맞지만, 언제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들도 강세장이 계속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고점 부근에서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니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말고, 균형을 맞춰가면서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TF 투자를 할 때는 수수료나 보수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은 일반 ETF보다 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또 해외 ETF에 투자할 때는 환율 리스크도 생각해야 하고, 환헤지가 되어 있는 상품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당분간은 이런 공격적인 투자 분위기가 계속될 것 같다.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돌파했다는 것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큰 심리적 영향을 주고 있고,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조정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어서, 앞으로는 상승과 하락 양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은 개인투자자들의 ETF 투자 전략이 완전히 바뀌는 과도기인 건 확실하다. 안정형에서 공격형으로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흐름은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기 전까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투자는 결국 본인의 판단과 책임이니까,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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