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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보를 알면서도 속는다” 버블은 왜 반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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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 내재 가치가 공개된 상황에서도 참가자 전원이 버블을 만들었다
  • “나보다 더 비싸게 살 바보가 있다”는 믿음이 시장 붕괴의 씨앗이다
  • 탐욕과 군중심리 앞에서 이성적 판단은 무력해진다

주식 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 모든 참가자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장은 거품으로 부풀었고, 끝내 붕괴했다.

EBS 다큐프라임이 재현한 버논 스미스(Vernon Smith) 교수의 모의 투자 실험은 자산 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실험실 안으로 끌어들였다. 198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설계한 이 실험의 결론은 단순하고도 충격적이다. 인간은 알면서도 버블에 올라탄다.


완벽하게 투명한 시장

실험 조건은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설계됐다. 참가자 8명은 주식 5장과 현금 50달러를 받아 10라운드에 걸쳐 자유롭게 거래한다. 주식 내재 가치는 명확하다. 1라운드에 10달러, 이후 매 라운드마다 1달러씩 하락해 10라운드가 끝나면 정확히 0달러가 된다. 이 규칙은 모든 참가자에게 처음부터 공개됐다.

변수는 배당이다. 각 라운드 종료 후 룰렛을 돌려 50% 확률로 주당 2달러를 지급한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배당 기회는 줄어들고, 주식의 기댓값은 수학적으로 감소한다.

정보 비대칭은 없다. 숨겨진 정보도 없다. 합리적 시장이라면 가격은 내재가치를 따라 조용히 우하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버블 탄생

1라운드는 교과서적으로 시작됐다. 참가자 ‘노아’는 내재가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10달러에 주식을 매수했다. 이성이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균열은 2라운드에서 시작됐다. 누군가가 내재가치(9달러)를 넘어선 11달러에 매수 주문을 냈고, 실제로 체결됐다. 숫자로는 비합리적인 거래였지만, 시장은 이를 신호로 받아들였다.

3라운드에 접어들자 거래량이 폭발했다. 가격은 내재가치 위에서 맴돌았고, 참가자들은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면서 거래에 뛰어들었다.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에 팔아도 누군가 사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체결됐다.”

한 참가자의 이 한 마디가 버블 본질을 압축한다.


‘더 큰 바보 이론’

4, 5라운드에서 주식의 잠재 가치는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시장 호가는 10달러 선을 고집스럽게 유지했다. 이 가격이 정당화되려면 남은 라운드 내내 80% 이상의 확률로 배당이 지급돼야 했다. 수학적으로는 불합리한 가격이었다. 그런데도 거래는 이어졌다.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 으로 설명한다. 내가 비싸게 사더라도 상관없다. 나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줄 ‘더 큰 바보’가 존재하는 한, 나는 손해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버논 스미스 교수는 이를 두고 이렇게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가격이 내재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알면서도 탈출 타이밍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데 있다.”

세상이 비이성적으로 돌아갈 때, 그 흐름에서 혼자 이탈하는 것은 또 다른 손실을 의미한다. 버블은 이 집단적 합리화 위에서 성장한다.


침묵 속의 공포

6라운드부터 시장은 얼어붙었다. 6, 7, 8, 9라운드 연속으로 단 한 건의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다.

배당 기회가 줄어들면서 매수자가 제시하는 가격과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반에 수익을 보고 빠질 계획이었는데, 팔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불렀다.”

이것이 버블 붕괴 직전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모두가 팔고 싶지만, 아무도 사지 않는다. 시장의 유동성이 증발한 순간, 공황은 시작된다.


버블의 결말

마지막 라운드, 팔지 못하면 주식은 문자 그대로 종이 조각이 된다. 10달러를 고수하던 매도 호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주식은 1달러라는 헐값에 쏟아졌다. 대량 투매였다. 이 순간을 역이용한 참가자 한 명이 저가 매집에 나섰고, 마지막 룰렛에서 배당을 받으며 최후 승자가 됐다.

이 장면은 2008년 금융위기, 2000년 닷컴 버블, 그리고 수십 번 반복된 자산 시장의 붕괴 장면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왜 우리는 알면서도 반복하는가

이 실험이 던지는 질문은 투자 기법이나 시장 분석을 넘어선다. 왜 인간은 결과를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행동경제학은 이를 몇 가지 심리적 편향으로 설명한다. 과잉 낙관주의(overconfidence)는 “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빠져나올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만든다. 군중 심리(herding)는 타인 행동을 정보로 받아들이게 한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는 하락장에서도 매도를 망설이게 한다.

모든 참가자가 동일한 정보를 가졌음에도 버블은 만들어졌다. 이는 시장의 비효율성이 정보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다.


투자자에게 남는 질문

지금 내가 매수하려는 자산의 ‘내재 가치’는 얼마인가. 그리고 현재 시장 가격과의 괴리를 나는 어떻게 정당화하고 있는가.

버블 피해자는 언제나 “나만큼은 탈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믿음이 모여 버블 자체를 만들었다. 실험실 안의 8명은 현실 시장의 수억 명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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