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에서 대출받으려고 하면 신용등급부터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신용등급이 낮거나 금융거래 이력이 별로 없으면 대출 자체가 어렵다. 특히 젊은 사업자나 직장을 갓 시작한 사람들은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신용등급 때문에 금융권 문턱이 높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 때문이다. 앞으로는 배달앱에서 받은 리뷰, 온라인 쇼핑 패턴, 심지어 교통카드 사용 내역까지도 신용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20대 자영업자가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업을 확대하려고 대출을 알아봤는데 기존 금융권에서는 고작 1000만원에 금리도 연 5.44%로 제시했다. 그런데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 데이터를 활용한 평가에서는 결과가 완전히 달랐다. 대출 한도가 3000만원으로 3배나 늘어났고, 금리는 4.98%로 낮아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커피 전문점의 배달 주문 실적이 꾸준히 좋았고, 쿠폰 사용률도 높았다. 이런 정보들이 실제 사업 운영 능력을 증명해준 것이다. 단순히 과거 금융거래 이력만 보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평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안신용평가라는 게 뭔지 알아보자
기존 신용평가 방식은 대출 이력, 신용카드 사용 내역, 연체 여부 같은 금융 데이터에만 의존했다. 문제는 금융거래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전문 용어로 신파일러라고 부른다.
대안신용평가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방식이다.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다양한 정보들을 활용한다.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한 기록,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패턴, 전기세나 가스비를 얼마나 성실하게 냈는지, 교통카드는 어떻게 사용했는지 같은 정보들이 모두 신용평가에 쓰일 수 있다.
금융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변화들
금융위원회는 이런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하려고 움직이고 있다. 먼저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가진 유통 관련 정보가 신용평가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라면 배달앱에서 받은 고객 리뷰가 좋고, 재주문이 많고, 즐겨찾기에 많이 등록되어 있다면 이게 전부 대출 심사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실제로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카드 결제 정보도 훨씬 구체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금은 카드로 얼마를 결제했고 어느 가게에서 썼는지 정도만 파악된다. 앞으로는 어떤 상품을 샀는지, 사업장 규모는 어떤지, 출퇴근 시간은 어떻게 기록되는지까지 세세하게 들어간다.
그래서 만약 출퇴근 시간이 규칙적이고, 재테크나 자기계발 관련 책을 자주 사고, 건강식품에 지출이 많은 사람이라면 신용도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성실하고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어떤 중식집의 매출 내역을 보니까 짜장면 판매가 특히 많은데, 주변에 짜장면을 잘하는 경쟁 업체가 없다면 이 가게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고 대출 심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전기세나 가스비 같은 공과금 납부 이력도 활용된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이런 정보를 관리해서 금융사들이 참고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매달 성실하게 공과금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신용도가 올라갈 수 있다.
지금은 통신사가 공유해주지 않는 소액결제 이력도 신용평가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소액결제는 결제대행사가 관리하고 있는데 이 정보도 대출 심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정보 공유 시스템도 개선된다
지금은 좀 이상한 구조로 되어 있다. 카카오뱅크가 같은 계열사인 카카오톡이나 카카오페이로부터 정보를 받으려고 해도 돈을 내야 한다. 앞으로는 계열사끼리는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고 한다.
인공지능 활용도 확대된다. 금융위원회는 AI가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서 금리인하요구권까지 행사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AI가 고객의 여러 정보를 분석해서 자동으로 더 좋은 금리 조건을 요청해주는 것이다.
정보가 많이 쌓일수록 AI의 분석이 정교해지고, 그러면 서비스 품질이 좋아져서 가입자가 늘어나고, 다시 정보가 더 많이 쌓이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좋은 점도 많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일단 금융 소외계층에게는 확실히 좋은 소식이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아도 실제 생활 패턴과 경제활동을 통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조건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일상생활의 다양한 정보가 수집되고 활용되는 만큼 정보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플랫폼 기업들의 협조도 관건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고객 정보가 핵심 자산인데 이걸 공유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도 정보 공유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공정한 기준도 필요하다. 자칫하면 특정 생활 패턴이나 소비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금융위원회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만 고집하면 신파일러들은 계속 금융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서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땡겨요 모델이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배달앱 데이터를 활용해서 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춰준 사례가 나왔으니까 말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성공 사례를 주목하면서 대안신용평가 시스템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앱에서 받은 별점과 리뷰, 온라인 쇼핑 패턴, 공과금 납부 이력까지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이 신용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 자체가 금융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상, 법 개정, 정보 보안 시스템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게 평가받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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