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만 해도 AI 반도체 얘기로 시끄러웠는데, 연말 들어서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제 바이오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와 ADC 쪽에서 실제 제품 출시와 매출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WHO가 비만치료제를 공식 인정했다
지난 12월 1일,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중요한 발표를 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에 대한 최초의 공식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GLP-1 치료제는 수백만 명의 비만 환자가 관련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WHO가 비만을 약물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공식 인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비만 인구가 10억 명인데, 이제 이들에게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국제기구가 공인한 셈이다. WHO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비만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조달, 가격 인하, 복제약 제조 허용 같은 조치들을 주문하기도 했다.
비만약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한다
2021년에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비만약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는데, 이제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먹는 비만치료제인 오르포글리프론을 개발해서 올해 안에 FDA 허가 신청을 마치고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주사제만 있었는데 경구용이 나오면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다. 약 먹는 게 주사 맞는 것보다 심리적 부담이 덜하니까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데, 이게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GLP-1 비만약이다. 기존 경쟁 제품들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하고,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하니까 공급도 안정적이라고 한다.
1개월 지속 주사제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뜬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맞는 주사제가 주류인데, 1개월에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주사제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텍들이 주목받고 있다. 내년에는 경구용이 나오고, 그 다음 세대가 바로 이 1개월 지속 주사제다.
펩트론이라는 회사가 스마트데포라는 플랫폼을 갖고 있는데, 일라이릴리와 기술 검토를 하고 있다. 검토 기간이 올해 12월 7일까지라서 곧 본계약 소식이 들릴 수도 있다. 지투지바이오와 인벤티지랩도 각각 베링거인겔하임과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엄민용 애널리스트는 “1개월 지속형 비만치료제 1상 진입이 내년 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큰 이벤트”라고 했다. 특히 펩트론과 릴리가 공장 착공과 맞물려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크다고 분석했다.
약값이 내려가는 게 오히려 좋은 신호일 수 있다
트럼프 때문에 약가 인하 압력이 있어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비만약 가격을 내리고 있다. 언뜻 보면 제약사들한테 손해 같지만, 업계에서는 이걸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가격을 내린 게 중장기적으로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진입장벽을 낮춰서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구용 비만약도 마찬가지다. 약 먹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낮아지면 비만약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거라는 전망이다.
ADC 쪽도 내년부터 실적이 본격화된다
비만약만 주목받는 게 아니다. ADC라는 항체약물접합체 기술을 가진 회사들도 내년부터 실적이 나오고 기술이전 소식도 들릴 것 같다.
알테오젠은 피하주사제 플랫폼 기술로 유명한데, 2026년 1분기부터 머크로부터 받은 키트루다SC의 판매 마일스톤이 실적에 반영된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링커 기술을 갖고 있고,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들의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 발표가 계속 나올 전망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특히 적극적이다. 1분기에 담도암 치료제 ABL001의 임상 2/3상 결과를 발표한 다음 FDA 가속승인 신청까지 노리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ADC 전문 자회사 네옥바이오를 세웠는데, 이걸 빅파마에 매각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이제 바이오는 꿈이 아니라 실적의 시장이다
엄민용 애널리스트는 “국내 제약바이오는 더 이상 꿈에 의존하는 산업이 아니다. 저평가 기회 구간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바이오주가 기대감으로만 움직였다면, 이제는 실제 제품이 나오고 매출이 발생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WHO가 비만치료제를 공식 인정했고, 국산 비만약이 처음으로 나오고, 차세대 플랫폼들이 글로벌 빅파마와 계약을 맺고, ADC 기업들이 실적을 내기 시작한다. 반도체 다음 주자로 바이오가 주목받는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내년 바이오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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