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또 한 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번엔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에 대규모 하락 베팅을 걸었다는 소식이다.
11월 13일, 버리는 자신의 X 계정에 직접 포지션을 공개했다. 팔란티어 풋옵션 5만 계약, 엔비디아 풋옵션 1만 계약이다. 1계약이 100주니까 각각 500만 주, 100만 주 규모다.
팔란티어 50달러까지 떨어진다는 계산
버리가 산 팔란티어 풋옵션의 행사가는 50달러다. 지금 팔란티어 주가가 184달러 정도 하니까, 무려 73%나 떨어져야 돈을 버는 구조다. 만기는 2027년 1월이다.
엔비디아는 행사가가 110달러고 현재 주가는 193달러 정도다. 이쪽은 43% 하락을 예상한 셈이다. 만기는 2027년 12월이다.
풋옵션이 뭔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래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본다. 버리는 지금 AI 열풍으로 치솟은 이 두 회사 주가가 앞으로 2~3년 안에 크게 조정받을 거라고 본 것이다.
언론이 금액을 100배 뻥튀기했다
버리가 굳이 자신의 포지션을 SNS에 공개한 이유가 있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주요 언론들이 금액을 잘못 보도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버리가 팔란티어 포지션에 9억 1,2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920만 달러였다. 거의 100배 차이다. 버리는 “나는 5만 계약 매수에 920만 달러를 썼다”며 “9억 1,200만 달러가 아니다”라고 직접 정정했다.
이 포지션은 10월에 확보한 것이고, 11월 25일에는 또 다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팔란티어 CEO와 설전
버리의 하락 베팅 소식이 알려지자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CEO가 반응했다. “칩과 온톨로지를 공매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버리를 강하게 비난한 것이다.
버리도 가만있지 않았다. “알렉스 카프와 그의 온톨로지가 13F 공시조차 제대로 해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신랄하게 받아쳤다. 13F는 미국의 기관투자자 보고서인데, 카프가 이것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아냥이다.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나
버리의 풋옵션 포지션이 공개되면서 팔란티어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서 막대한 수익을 낸 버리의 판단이니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버리의 모든 베팅이 성공한 건 아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손실을 본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면 시장이 반응하는 건 여전하다.
사이언자산운용은 어떻게 되나
최근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자산운용이 SEC 등록을 해제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펀드를 청산하고 패밀리오피스로 전환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패밀리오피스는 자기 돈만 굴리는 형태라서 외부 투자자를 받지 않는다. 규제도 덜 받는다. 버리가 좀 더 자유롭게 투자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번 베팅의 의미
버리가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에 건 이번 베팅은 단순한 하락 예측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금 AI 붐으로 기술주들이 너무 고평가됐다는 그의 판단이 담겨 있는 것이다.
특히 만기가 2027년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단기 조정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920만 달러의 프리미엄으로 수백만 주 규모의 포지션을 확보한 것도 레버리지를 활용한 효율적인 전략이다.
다만 유명 투자자의 포지션을 무조건 따라하는 건 위험하다. 버리는 2~3년을 내다보고 베팅한 것이고, 그 사이에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 자신만의 판단과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의 주가가 정말 버리의 예상대로 움직일지, 아니면 AI 혁명이 계속되면서 더 오를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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