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에이션(Valuation)이라 불리는 지표가 있어요.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밸류에이션 지표는 PER(주가순이익배수), PBR(주가순자산배수)입니다. 이 지표는 모두 현재 주가가 순이익 또는 순자산대비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회사 A가 주당순이익(EPS)으로 1000원을 벌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회사 주가가 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PER은 1만원 / 1000원으로 10배가 됩니다. 즉, 투자자는 EPS 1000원을 버는 능력을 가진 회사를 1만원에 거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은 회사에 10배의 값어치 또는 가치(=밸류에이션)를 측정한 거죠.
PBR도 같은 원리입니다. 단, 기준 대상을 순이익(또는 주당순이익)에서 순자산(또는 주당순자산, BPS)으로 바꿨을 뿐입니다. PER은 회사가 돈을 버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 지표고요. PBR은 회사 자산 중 주주의 몫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가한 것입니다.
두 밸류에이션 지표 모두 많이 사용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PER을 조금 더 대중적으로 사용합니다. 회사의 주요 목적은 ‘돈’을 버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에 더 부합하는 지표가 순이익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가한 PER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순이익은 약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회사가 돈 버는 능력 외 번 이익’까지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회사가 본업을 잘해 돈을 잘 벌길 기대합니다. 그래야 주가가 올라 주주가 돈을 벌기 때문이죠. 그러나 순이익은 본업 외 이익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이 오해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쉬운 방법이 순이익 대신 영업이익을 이용한 밸류에이션을 사용하는 거예요. 바로, 주가영업이익배수(POR)입니다.
POR은 계산법은 간단합니다. PER에서 E는 순이익을 뜻하는데요. 이를 영업이익(O)로 바꾸는 거예요. 참고로, 영업이익은 영어로 Operating Profit라고 하기 때문에 POR이 된 것입니다. 2분기 연환산과 23일 종가 기준 POR이 낮은 30개 기업을 정리해봤어요. 그 결과 △다우데이타 △서연 △흥국화재 △서진오토모티브 △KG미칼 등이 리스트에 포함됐어요.
[표] 주가영업이익배수(POR) 매력주 30선
* 2분기 연환산 실적, 23일 종가 기준
(자료: 인리치타임스, 전자공시시스템, 한국거래소)
다우데이타 POR은 0.55배예요. 2분기 연환산 기준 다우데이타 영업이익은 7530억원으로, 시가총액 4150억원 수준보다 더 많아요. 이론적으로 투자자가 회사를 매수한다면, 반년 동안 번 영업이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예요.
다우데이타 PER과 PBR은 각각 4.84배, 0.33배를 기록해 다른 밸류에이션 지표에서도 매력적인 수준을 보였어요. 단,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과 ROE는 각각 7.5%, 6.9%를 기록하며 수익성 부분에서 큰 매력을 보여주진 못했어요.
POR이 낮은 대부분 기업은 PER과 PBR 역시 낮았는데요. 단, AK홀딩스는 POR와 PER 차이가 컸어요. AK홀딩스는 2분기 영업이익으로 2382억원을 벌었어요. 그러나 순이익(지배기준)은 31억원을 벌어 큰 차이가 났어요. 두 이익이 큰 차이를 보인 이유는 이자손익 -1536억원, 금융손익 -990억원, 기타영업외손익 -371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예요. 이 3가지 손실을 모두 더하면 2897억원으로 영업이익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어요.
축산사업을 하는 선진 또한 POR와 PER 차이가 많이 나는 종목인데요. 선진은 2분기 연환산 영업이익 688억원을 벌었어요. 그러나 같은 기간 순이익(지배기준)은 38억원을 기록했어요. 선진도 AK홀딩스와 같이 이자, 금융, 기타영업외 부분에서 손실이 크게 발생하며 순이익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어요.
POR이 낮은 종목을 정리하면서 특징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바로 ‘영업이익률이 대체로 낮다’는 점입니다. 영업이익률 10%를 넘는 종목이 많지 않은 가운데 △지역난방공사 △GS △F&F홀딩스 △서희건설 △한일홀딩스 등 5개 종목만이 영업이익률 10% 기준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런 종목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데이비드 드레먼은 본인의 저서 ‘역발상 투자’에서 저PER과 저PBR을 혼합한 투자전략을 소개했어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저POR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더불어 조엘 그린블라트는 ROE와 PER 또는 ROIC와 EV/EBITDA를 조합한 ‘마법공식’ 투자전략을 제시했는데요. PER과 EV/EBITDA를 대신해 POR을 사용하는 것도 매력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