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 반도체 소부장 전략적 매수
-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무게중심 이동
- 내수주 비중 축소·성장주 강화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국내 증시를 달구는 가운데, 연기금의 대표주자인 국민연금이 대규모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새해 첫 거래일부터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며, 향후 산업 흐름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반도체 소부장, 국민연금의 새로운 ‘승부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월 2일 국민연금의 대량보유 지분 변동 공시는 코스피·코스닥 합산 105건에 달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5개 종목이 신규 취득이거나 기존 지분을 늘린 경우였다. 주목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반도체 소부장 관련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은 하나머티리얼즈(5.01%), 코리아써키트(5.05%), 케이씨(5.00%), 테크윙(4.06%), 브이엠(5.05%), 두산테스나(5.15%), 해성디에스(7.19%) 등을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이는 단순한 분산투자를 넘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성장 사이클을 겨냥한 전략적 포지셔닝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존 보유 종목에 대한 지분 확대도 눈에 띈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판 업체인 삼성전기의 지분율은 9.91%에서 10.92%로, LG이노텍은 8.43%에서 9.46%로 각각 상승했다. 유진테크, ISC, 테스 등도 1%포인트 이상 지분이 늘어나며 국민연금의 확신이 담긴 투자 행보를 보여줬다.
AI 시대, 후공정 시장의 부상
인공지능용 고성능 반도체 확산 과정에서 전공정뿐 아니라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의 중요도가 커지는 점이 소부장 전반의 투자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붐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기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장비와 소재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과거와 달리 AI 기반의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며, 최소 4년 이상 장기 사이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며, 2027년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구조적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DRA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2.2% 성장한 2800억달러, NAND 시장은 42.6% 증가한 97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축소, 성장주 강화 전략
국민연금은 반도체 소부장 매수와 동시에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지분을 줄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 이마트, 농심, 아모레퍼시픽홀딩스, JYP엔터테인먼트, 대한항공 등 소비재·유통·엔터테인먼트·항공 종목에서 보유 지분을 축소했다.
대신 바이오와 방산·기계 종목을 신규 편입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를 비롯해 에스티팜, 오스코텍 등 코스닥 바이오 종목과 STX엔진, 진성티이씨, 디와이파워 등 방산·기계 종목이 새로 담겼다. 이는 국내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글로벌 성장 테마와 정부 정책 수혜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부장주, 대형주 훈풍 타고 상승 기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반도체 소부장주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들 대형주의 설비투자 확대가 소부장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소부장주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 증가가 올해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테스와 브이엠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반도체 선단 공정 투자가 증가하면서 연말 소부장 기업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본 시사점
국민연금의 이번 포트폴리오 조정은 단기 차익 실현보다 중장기 산업 흐름을 반영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2026년에만 8200억달러로 올해 대비 3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HBM4 등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공장 증설과 선단공정 투자를 확대하면서, 소부장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친 투자 기회를 포착했음을 시사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과 밸류에이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업황은 기술 혁신과 수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국민연금의 이번 움직임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 소부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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