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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2조원 자사주 쇼크’… 경영권 지키려다 자본 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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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경영권 위협에 맞서 대규모 자사주를 취득한 결과, 자기자본이 크게 감소하며 자본 효율성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회사는 향후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소각해 자본구조를 정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배당 여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기자본 1조8천억원 감소

고려아연 재무제표

올해 3월 말 기준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기주식의 장부가액은 2조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경영권을 위협해 오자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맞선 결과다.

기존에도 증권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자사주를 취득해온 데다 대항 공개매수까지 나서면서 지난 한 해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에 쓴 비용은 총 2조1275억원에 달했다. 이후 우리사주조합에 1만4118주를 무상 출연했지만 여전히 2조원에 가까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취득은 고려아연의 자본 계정에 유의미한 변화를 초래했다. 자본변동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본조정 항목에서 2조812억원이 차감됐다. 이는 전년(2조927억원)에 이어 또 한 번 자기자본을 크게 감소시킨 요인으로 자사주 취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자사주는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에는 ‘마이너스(-)’로 처리된다. 다시 말해서 취득한 자사주 만큼 자기자본을 빼줘야 한다는 뜻이다.

대항 공개매수 직전 9조4308억원에 달했던 고려아연의 자기자본은 현재 7조6541억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이익잉여금은 7조6000억원 수준에 이르지만 자사주 취득에 따른 자본조정 항목에서 2조원 가량이 차감되면서 전반적인 자본 효율성은 떨어졌다.

ROE 지표 왜곡 현상도 발생

자사주 취득과 같은 비영업적 요인으로 자본이 변동할 때는 기업의 실질 수익성과 무관하게 자본 지표가 과대평가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분자인 순이익의 증감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분모인 자기자본이 줄어들면 실제 경영상태보다 지표가 부풀려지는 착시가 생긴다.

고려아연의 경우 연간 기준 ROE가 2023년 5.53%에서 이듬해 2.56%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의 순이익은 64% 감소했지만 자기자본이 함께 줄어 완충 작용을 했다. 자기자본이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수익성 감소에 따라 지표는 더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3차례 나눠 자사주 소각 예정

고려아연 재무제표 검토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 204만30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공개매수 당시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 따른 조치다.

자사주 소각을 회계 처리하면 자본조정 항목의 마이너스가 없어지는 대신 동일한 금액 만큼 이익잉여금 또는 자본잉여금이 감소한다. 자본총계의 변동없이 자기자본 내 구성 항목만 자본조정에서 이익잉여금 또는 자본잉여금으로 바뀌는 것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지난해 5월 자사주 20만5305주를 소각하면서 장부가액 991억원만큼 이익잉여금에서 인출했다.

22일 주가로 204만30주 가치를 환산하면 1조591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최근 3년치 순이익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배당 재원인 잉여금에서 소각 비용을 차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각 규모를 한꺼번에 집행하기보다는 여러 차례에 걸쳐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총 세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자사주를 없앨 예정이다. 1차 소각분인 68만10주를 6월 12일에 처리하고, 9월, 12월에 각각 68만10주씩 소각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시한 일정대로 자사주를 소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75년 동업관계 종료로 이어진 고려아연 지분 전쟁

이번 자사주 취득 사태의 배경에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있다. 고려아연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영풍그룹 연합이 각각 공개매수 가격을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양사의 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갔다.

MBK가 당초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이었지만 지난달 26일 이를 75만원으로 한 차례 올린 뒤 지난 4일 다시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당 83만원을 제시하자 동일 가격, 동일 조건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격렬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그룹 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지난 75년간 2세에까지 이어져 온 두 가문 공동경영의 시대가 이제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정 분쟁으로 번진 경영권 갈등

고려아연 법적 논란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의된 사안들은 집중투표제를 제외하고 모두 효력이 정지된다.

법원이 영풍·MBK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주주제안한 안건들이 대거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고려아연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자사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25일 전격적으로 신청했다. 이는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가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자본 효율성 개선 필요” 지적

업계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의 대규모 자사주 보유가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자사주 소각 과정에서 이익잉여금이 크게 감소할 경우 향후 배당 정책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조원 규모의 자사주는 회사 규모를 고려해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단계별 소각을 통해 자본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주주환원 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기업 소개

고려아연은 1974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비철금속 제련업체로, 철강제의 보호피막으로 사용되는 아연과 납(연)을 중심으로 18종의 비철금속 100만여 톤을 생산한다. 주력 상품은 회사명에 걸맞게 2019년 기준으로 650,000톤을 생산한 아연이다. 그 다음은 각각 413,000톤인 납, 25,800톤의 동 순서이다. 금과 은도 많이 생산하는데, 금은 7,560kg, 은은 2,080톤을 생산하여 세계 제1위의 은 생산 기업이다. 울산 온산제련소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로서 그룹 전체 자산의 64.5%, 매출의 76.8%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과 수소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トロイカ 드라이브’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영풍 기업 소개

영풍은 1949년 황해도 출신 장병희와 최기호가 공동 창업한 비철금속 제련업체로, 농수산물 수출, 지하자원 개발 및 철광석 수출로 ‘수출의 날’ 대통령 표창 3회, 동탑산업훈장,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상사 기업이다. 1960년 12월 국유광업권 공매를 통해 연화광산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광산업에 진출했고, 1970년 경북 봉화군에 석포제련소를 설립해 제련업으로 확장했다. 현재 고려아연과 석포제련소는 세계 1위와 4위의 아연제련업체가 되어 영풍그룹의 세계 아연시장 점유율은 10%(세계 1위), 국내 아연시장 점유율은 90%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로는 고려아연, 영풍문고,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시그네틱스 등이 있으며, 2023년 기준 재계 서열 28위의 대기업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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