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은퇴 후 자신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맡기고 싶어하는 단 한 명의 투자자가 있다. 바로 세스 클라만(Seth Klarman, 67)이다. 개인 자산 15억 달러의 억만장자이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바우포스트 그룹(Baupost Group) CEO인 그는 40년간 연평균 2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월스트리트 전설로 자리잡았다.
4살 때부터 드러난 ‘투자 천재’의 면모
1957년 뉴욕에서 태어난 클라만의 투자에 대한 관심은 유아기부터 시작됐다. 4살 때 자신의 침실을 작은 상점으로 만들어 모든 소지품에 가격표를 붙였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반 친구들 앞에서 주식 매수 방법에 대해 발표할 정도였다.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시절 뮤추얼 셰어즈 펀드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들로부터 가치투자의 핵심을 익혔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MBA를 마친 직후인 1982년, 25세의 나이에 교수진과 함께 바우포스트 그룹을 공동 설립했다.
“가치투자는 혈액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클라만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인터뷰에서 “인내심과 규율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는 유전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초기 자본 2700만 달러→현재 300억 달러 운용

바우포스트 그룹의 성장세는 가히 놀랍다. 1982년 2700만 달러로 시작한 펀드는 현재 약 30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거대 헤지펀드로 성장했다. 설립 이후 40년간 연 평균 20%의 수익률을 달성했으며, 블룸버그에 따르면 설립 이후 순이익 기준으로 세계 4위에 랭크되어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클라만은 기관투자자 알파(Institutional Investor Alpha)의 ‘헤지펀드 매니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포브스는 2017년 그를 세계 15위 헤지펀드 매니저로 선정했다.
“1달러를 50센트에 사라”
클라만 투자 철학의 핵심은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다. 그의 1991년 저서 《위험회피 가치투자 전략》(Margin of Safety)은 가치투자계의 바이블로 통하며, 현재 중고가격이 850달러에 달할 정도로 희귀본이 됐다.
“1달러 가치의 기업을 50센트, 때로는 60~70센트에 사라”는 그의 유명한 격언은 충분한 안전마진 확보를 통해 인간의 실수나 예측 불가능한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자는 의미다.
클라만은 “가치투자는 내재가치 대비 상당한 할인가에 거래되는 증권을 매수해 더 많은 가치가 실현될 때까지 보유하는 규율”이라고 정의한다.
투자 성공의 3대 원칙 공개

클라만은 자신의 투자 전략을 세 가지 핵심 원칙으로 요약한다.
첫째, 수익보다 리스크 우선 분석이다. “수익에 집중하기 전에 위험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하며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얼마나 손실을 볼 수 있는지 분석하라”고 강조한다.
둘째, 상대적 성과가 아닌 절대 수익률 추구다. “시장 대비 상대적 성과에 집중하는 세상과 달리, 부유한 개인과 기관들은 절대 수익률에 관심이 있다. 절대 수익률에 집중하면 고객의 돈을 잃는 것이 매우 혐오스러운 일이 된다”고 설명한다.
셋째,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투자 접근법이다. 거시경제 전망이나 시장 테마보다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분석에만 집중한다는 의미다.
독특한 현금 보유 전략과 레버리지 금지
클라만의 투자 스타일은 월스트리트에서도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펀드 자산의 30~50%를 현금으로 보유하며, 적절히 저평가된 주식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우리는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회사 역사상 마진 부채를 진 적이 없다”고 밝힌 그는 강제로 포지션을 청산당하는 위험을 원천 차단한다.
매도 전략도 독특하다. 10달러에 산 주식이 20달러 가치라고 판단되면, 18~18.5달러가 될 때 매도한다. “우리는 마지막 푼돈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공정가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가정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이 마지막 1~2달러를 벌게 놔둔다”고 설명한다.
최근 10년간 부진에도 철학 고수
하지만 클라만도 완벽하지는 않다. 2014년 이후 바우포스트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4%로 과거 화려한 성과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약 70억 달러의 자금이 펀드에서 유출됐다.
그럼에도 클라만은 자신의 장기적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알파벳,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인덱스 펀드는 무사고 투자”라며 비판

클라만은 가장 인기 있는 투자 전략 중 하나인 인덱스 펀드 투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인덱스 펀드 매니저 중 투자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으며, 모든 주식을 본질적으로 비슷하게 취급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덱스 투자가 효율적 시장을 전제로 하지만, 인덱스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리서치와 펀더멘털 분석을 수행하는 투자자가 줄어들어 시장은 더욱 비효율적이 된다”고 주장한다.
투자자들을 위한 5가지 교훈
세스 클라만의 투자 철학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핵심 교훈은 다음과 같다.
▲손실 방지 최우선: “돈을 잃지 않는 것”이 모든 투자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
▲충분한 안전마진 확보: 내재가치 대비 상당한 할인가에서만 투자하라.
▲장기적 관점 유지: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말고 절대 수익률에 집중하라.
▲개별 기업 분석: 시장 전망보다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을 깊이 분석하라.
▲감정 배제: 감정에 기반한 투자는 위험하며 잘못된 결과로 이어진다.
클라만은 “가치투자는 상당한 노력과 비범한 엄격함, 그리고 장기적 투자 지평을 요구한다”며 “하지만 한번 가치투자 전략을 채택하면 다른 모든 투자 행위는 도박처럼 보이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40년간 월스트리트에서 검증받은 클라만의 투자 철학은 화려한 기법이나 복잡한 전략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가치투자 원칙과 흔들리지 않는 소신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성공 스토리: 가난한 소년에서 워런 버핏의 스승까지 – Enrich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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