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거 시장이 정말 치열하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말고, 가성비로 승부하는 브랜드들 이야기다. 맘스터치, 롯데리아, 노브랜드 버거 이 세 브랜드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각자의 전략이 제법 흥미롭다.
노브랜드 버거는 작고 가볍게 시작한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는 올해 5월에 ‘NBB 2.0’이라는 새로운 가맹 모델을 선보였다. 콤팩트 매장이라고 부르는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 비용이다. 1억원 초반대면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버거 프랜차이즈 창업 비용과 비교하면 60% 수준이라고 하니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궁금했는데, 주방을 물청소가 필요 없는 건식으로 바꾸고 마감재도 단순화했다고 한다. 공사 기간도 4주에서 3주로 줄였다니, 예비 점주 입장에서는 시간도 돈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신세계푸드가 목표로 하는 건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는 게 아니다. ‘폐점률 0%’를 외치고 있다. 요즘같이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가맹점이 버티기 힘든데, 초기 투자와 고정비를 낮춰서 빨리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게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가맹점주가 오래 장사할 수 있어야 본사도 계속 수익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지난 9월부터 월간 신규 출점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점포 수가 10% 늘었다. 신세계푸드는 급식 사업을 매각하면서 확보한 1200억원을 전부 노브랜드 버거에 쏟아붓고 있다. NBB 아카데미 실습실도 3배나 확장해서 연간 300명 이상의 예비 점주를 교육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30년까지 업계 톱3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롯데리아는 로봇으로 똑똑하게 운영한다
롯데리아의 전략은 좀 다르다. 새로운 매장을 마구 내는 대신, 기존 매장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다. 핵심은 푸드테크와 리노베이션이다.
구로디지털단지역점에 가보면 ‘알파그릴’이라는 패티 조리 로봇이 일하고 있고, 서울대역점에는 ‘보글봇’이라는 튀김 로봇이 있다. 실험 단계긴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다고 한다. 작업자 한 명당 월평균 5시간 정도 업무 시간이 줄어든다. 직원들은 좀 더 편하게 일하고, 조리 속도는 빨라지니까 회전율도 오르고 매출도 늘어난다는 논리다.
리노베이션 효과도 꽤 좋은 모양이다. ‘TTF(Taste The Fun)’라는 콘셉트로 매장을 새단장한 곳들의 성적표를 보면, 롯데월드몰 지하1층 매장은 전년 대비 매출이 20%나 뛰었고 서울역사점도 11% 올랐다. 오래된 매장을 뜯어고치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효과가 나오니 투자 대비 효율이 괜찮은 셈이다.
롯데리아는 앞으로 기업공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무인화와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지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 같다. 보글봇 같은 로봇의 기능을 더 발전시켜서 가맹점까지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 롯데리아 매장에서 로봇을 보는 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될지도 모르겠다.
맘스터치는 버거만 팔지 않는다
국내에서 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이 가장 많은 곳이 맘스터치다. 14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미 충분히 많이 퍼져 있으니 이제는 매장을 더 늘리는 것보다 한 매장에서 더 많이 팔 방법을 찾고 있다. 바로 객단가를 올리는 전략이다.
핵심은 ‘맘스피자’다. 기존에 버거랑 치킨을 팔던 매장에 피자를 추가로 들여놓는 것이다. 숍인숍 형태라고 하는데, 점심에는 버거를 팔고 저녁에는 피자를 판다. 임대료 같은 고정비는 그대로인데 매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피자 메뉴를 도입한 매장들의 매출 신장률이 평균 34%라고 하니 효과가 확실하다. 지금 174개 매장에서 운영 중인데, 내년까지 3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버거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QSR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인데, 퀵서비스레스토랑이라는 뜻이다. 한 매장에서 여러 메뉴를 빠르게 제공하는 식당이 되겠다는 거다.
맘스터치는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1호점을 냈는데, 연 매출이 50억원이라고 한다. 현지 맥도날드 매장 평균 매출의 2배 수준이라니 꽤 잘하고 있는 모양이다. 국내에서도 명동이나 DDP 같은 핵심 상권에 대형 직영점을 계속 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세 브랜드의 전략이 다른 이유
사실 이 세 브랜드가 완전히 다른 길을 가는 데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맘스터치는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다. KL&파트너스라는 곳인데, 사모펀드는 결국 회사를 다시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그러려면 기업 가치를 빠르게 높여야 한다. 그래서 피자도 결합하고 글로벌 확장도 공격적으로 하는 것이다. 단기간에 매출과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니까 말이다.
노브랜드 버거는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 체제 안에 있다. 급식 사업을 정리하고 확보한 돈을 노브랜드 버거에 재투자하는 건, 그룹 차원에서 확실한 현금 창출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인 셈이다.
롯데리아는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하려면 수익성 지표가 좋아야 하니까 무인화와 효율화에 집중하는 거다. 로봇 도입이나 매장 리노베이션 모두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누가 이길까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은 내년 시장을 이렇게 전망한다. 브랜드 이름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누가 더 효율적인 수익 모델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말이다.
예비 창업주 입장에서 보면 선택지가 명확하다. 돈이 많지 않고 안전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노브랜드 버거의 소자본 창업 모델이 매력적이다. 기술을 활용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롯데리아가 답일 수 있다.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다면 맘스터치의 피자 결합 모델을 눈여겨볼 만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세 브랜드 모두 나름의 강점이 있고 타겟하는 시장도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곳이 독식하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에서 잘하는 쪽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가성비 버거 시장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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